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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an 10. 2023

아직은 무리였던 건가, 챔피언 더블랙벨트

주말에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마트에 갔었다. 마트와 같은 건물에 우연히 키즈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키즈카페가 있는 줄 몰랐던 나는 남편에게 나중에 아들 녀석 데리고 다시 오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그다음 주 아이를 데리고 다시 그 키즈카페를 찾았다. 바로 챔피언 더블랙벨트.

아이들이 많으면 못 들어갈까 싶어 서둘러 오픈런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1등으로 입장을 했었다. 회원 가입을 해서 3천 원 할인권도 받았었다. 들어가기 전 바깥에서 카페를 들여다봤을 땐 아들 녀석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았다. 빨리 들어가고 싶어 해서 나와 남편도 마음이 급했었다. 재밌게 놀 수 있을 줄 알았다.


우리는 입장했고, 아들 녀석은 넓은 카페를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카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었다. 그리고 응급처치실이 있었다. 키즈카페를 몇 군데 방문해봤지만 이렇게 응급처치실이 있는 건 처음 봤다. 왠지 아이가 놀다가 긴급하게 다쳤을 때 간단한 응급처치로 바로 대처가 가능할 것 같아 아이가 놀이를 하는 게 한결 안심이 됐었다.

엄청난 규모의 카페 덕분에 카페에 있는 놀이기구마다의 간격이 다른 키즈카페에 비해 널찍널찍해서 아이가 뛰어다니기에 좋아 보였다. 근래에 방문했던 키즈카페들 중에선 처음 보는 놀이기구인 밸런스 균형 맞추는데 도움을 주는 기구를 제일 먼저 아이와 시도해보려 했다. 그러나 처음 하는 활동은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아들 녀석의 마음을 잡기는 역시 쉽지 않았다. 좌우로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흔들리는 밸런스 기구를 보더니 무서웠는지 쉽사리 올라오려 하지 않았다. 결국 실패였다. 이전에 다른 키즈카페에서 같이 장애물 건너기를 해봤던 기억을 더듬어 아이와 함께 장애물 건너는 활동을 해보려 했으나 이마저도 하지 않겠다던 아들 녀석. 요즘 공 차는데 재미가 생긴 아들 녀석을 위해 축구장도 가봤으나 영 아니었다. 오늘 컨디션이 별로였던 걸까? 아니면 이 키즈카페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시도해보려 했으나 다른 키즈카페들에 비해 잘 놀지 않았던 녀석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들 녀석의 눈에 띄는 놀이기구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속칭 뺑뺑이였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게 재밌어 보였 나보다. 형 누나들이 타는 뺑뺑이에 거침없이 올라가더니 너무 빨라 무서웠는지 위험도 무릅쓰고 무작정 내려오려고 했었다. 아들 녀석이 유일하게 이 키즈카페에서 좋아했던 놀이기구였기에 형, 누나들에게 양해를 구해 천천히 움직여달라고 이야기했더니 착한 형, 누나들이 고맙게도 아이가 같이 탈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해 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무서웠는지 쭈뼛쭈뼛하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나게 타고 왔던 아들 녀석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 키즈카페의 인기 놀이기구인 기차롤러코스터가 열렸다. 너도나도 줄을 섰다.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줄을 서봤는데 다른 아이들이 타는 걸 보니 혼자 타야 하는 것도 그렇고 롤러코스터라 속도감도 있었어서 우리 아들 녀석은 아직은 무서워할 것 같았다. 남편도 안탈 것 같은데 줄 서지 말자고 해서 더 확실해졌다.


”안탈 것 같지? “

”응, 다른 거 해보자 “

그 이후에 뒤쪽에 있던 풍선이랑 부엌놀이, 트렘펄린 등 다양한 놀잇감들을 시도해줘 봤지만, 모두 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120센티 미만인아이들을 위한 모든 활동들이 미니어처처럼 꾸며져 있던 미니놀이터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한번 탐색해보더니 마음에 안 들었던 듯 안 했다. 이 키즈카페에서는 오로지 뺑뺑이.

노는 것도 심드렁했고, 배도 고파 출출함에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먼저 나왔다. 키즈카페 가서 시간을 못 채우고 나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기 키즈카페는 집과 나름 가까웠고 공간이 널찍했으며 응급처치실이 있어 좋았지만 그만큼 놀이기구들이 아직 우리 아들 녀석이 놀기에는 험했고, 초등학생 아이들이 많았다. 아직 우리 아이가 놀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이렇게 시도해보고 경험하면서 입에 맞는 것을 찾아가는 거지 뭐.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먼 훗날 다시 오면 지금보단 더 잘 놀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번 경험했던 곳이었고 그때는 쑥쑥 자라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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