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어린이집 겨울방학을 했다. 겨울방학 동안 뭘 하면서 지내야 할까, 집에만 있기에는 시간이 잘 안 갈 것 같은데 무얼 하면서 시간을 때워야 할지 고심했다. 기억을 하던 못하던 아들 녀석에게 즐거운 겨울 방학을 선물해주고 싶은 엄마마음이랄까. 그러던 와중에 아이 친구엄마와 이전에 눈썰매장을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던 게 생각이 났었다. 바로 아이 친구엄마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아들내미랑 둘이서 눈썰매장 가려고 해요. 별일 없으면 같이 갈래요?”
“죄송해요, 제가 일이 있어서요”
“괜찮아요, 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거였어요”
“나중에 꼭 같이 가요”
아이와 눈썰매장은 처음이라 막상 둘이 가려고 하니 살짝 겁이 나긴 했었지만 도전해보는 자가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던가.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고 덜컥 가보기로 했다. 가려고 하던 찰나에 우리 아들 녀석은 썰매장용 방수바지가 없었다. 급한 대로 로켓배송으로 다음날 도착할 수 있게 주문을 했다. 썰매장 가겠다는 마음만 앞섰었다. 결과적으로 급한 대로 썰매장 바지를 사서 입혀서 다행이었다. 썰매장에 도착했더니 모든 아이들이 다 썰매장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안 입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상상도 하기 싫었다. 로켓배송이란 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이 되고 주문했던 아이의 바지가 왔다. 아침에 입히려고 부랴부랴 준비하는데 안 입겠다고 떼를 부려서 힘들었다. 촉감이 이상했는지 내복 위에만은 안 입겠다고 떼를 부린 것이었다. 평상복 위에 다시 입혀봤더니 입었다. 내 아들이지만 참 예민하다. 그래도 입은 게 어디인가. 다행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발을 해서 약 한 시간 정도 후 도착을 했다.
썰매장은 실내 실외로 구분되어 있었다. 우린 우선 실내부터 입장을 했다. 아이들의 방학시즌이라 그랬는지 사람이 어마어마했다. 실내에는 회전목마와 얼음썰매장, 그리고 키 120센티 미만의 어린이들만 탈 수 있는 미니썰매장이 있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겁이 많아서 그런지 혼자서 놀이기구는 절대 안 타려고 하는 아들 녀석 때문에 회전목마와 미니썰매는 가볍게 지나쳤다. 언제쯤 혼자서 겁먹지 않고 탈 수 있으려나. 언제쯤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면 좋을지 늘 고민이었다. 얼음썰매장에 입장하려 하는데 안전을 위해 아이들의 헬멧착용은 필수였다. 그러나 머리에 무언가 쓰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아들 녀석. 헬멧을 씌우니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
“이거 써야지 여기 들어갈 수 있는 거야. 다치지 않기 위해 쓰고 들어가야 해”
알아들은 건지 몰라도 잘 타이르니 얌전하게 썼던 아들 녀석. 언제 또 이렇게 큰 건지 늘 새롭다. 썰매에 줄이 달려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어 복불복이었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인지 줄이 달려 있는 썰매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였고 줄이 없는 썰매조차 겨우 구해 아이를 태워 내가 밀면서 수동으로 태워주다 보니 힘에 부쳤었다. 그래도 아이가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힘이 나서 썰매를 계속 끌어주었다. 그런데 내가 힘들어서 그런지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썰매를 타러 온 게 아니라 야외 썰매를 타러 온 것이었는데’
아이를 데리고 나와 옆에 있던 안전요원에게 물었다
“혹시 야외 썰매는 어디에서 탈 수 있는 건가요?”
“엘리베이터 타고 3층으로 올라가셔서 나가시면 돼요”
헬멧을 답답해하던 아이를 데리고 곧장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야외썰매는 헬멧을 안 써도 된다고 해서 아이가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야외썰매 같은 경우 나와 같이 탈 수 있을 것 같아 더 안심이 됐었다. 그렇게 야외썰매장으로 갔는데 엄청난 인파에 그만 놀라고 말았다.
‘이거 타러 온 거였는데. 진작 알았으면 더 빨리 올라와서 더 많이 탈 수 있었을 텐데’
비록 몇십 분 차이였지만 야외 썰매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늦게 왔던 게 아쉬웠다. 그래도 엄청난 인파에 비해 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었다.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재밌어 보였는지 빠르게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아들 녀석은 실실 웃었다. 아이가 좋아할 거 같아 다행이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우리 앞에 있던 안 타시는 분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아이와 추억을 남기고자 동영상을 부탁했었다. 거절하면 어쩌나 약간 걱정이 됐었는데 난감해하시면서도 부탁을 들어주셨다.
야외 썰매는 튜브썰매였다. 혼자는 탈 수 없는 썰매였고, 어른이든 아이든 2인이상 함께 타야 하는 썰매였다. 또한 아이들이 헬맷을 쓸 필요가 없어서 우리 아들 녀석에겐 제격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타는 모습은 좋아하던 아들 녀석은 언덕을 올라 썰매 앞에 도착하자 지레 겁을 먹었는지 나에게 안겨 울었다. 괜찮으시겠냐는 안전요원의 물음에 아이에게 엄마랑 같이 타는 거니까 괜찮다고 타이른 후 썰매에 앉았다. 썰매에 앉으니 나도 막상 실감이 됐다. 하지만 무섭지 않은 척했다. 나는 엄마니까.
썰매의 속도가 빨라서 아이가 튕겨나갈 수 있으니 잘 잡으라는 안전요원의 당부가 있었다. 아이를 발로 단단히 잡은 후 썰매가 출발했다. 썰매는 엄청난 속도감을 자랑했다. 아들 녀석도 막상 썰매가 출발하자 즐기는 모습이었다.
엄청난 인파에 우리는 단 몇십 초를 즐기기 위해 몇십 분을 기다려야 했다. 타고 내려오니 줄은 더 길게 늘어져있었다. 기다림을 지겨워하는 아들 녀석을 안고 한번 더 태워보기로 작정하고 줄을 섰다. 그래도 인당 한 번씩은 타고 가야 하지 않겠냐는 나의 욕심으로
시간이 흘러 다시 썰매 앞. 아들 녀석은 언덕을 올라 썰매 앞에서 또다시 울었지만 차분히 앉아 내게 기대 엄청난 속도를 즐겼다.
다른 사람들이 야외썰매는 한번 타면 많이 탄 거라고 했었다. 우린 2번 타고 왔으니까 잘한 거겠지? 돌아오는 길에 처음 다녀온 눈썰매장에서 피곤했는지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 평소엔 그렇게 자라고 해도 낮잠은 안 자는 녀석이. 그래도 처음 다녀온 것 치고는 잘 즐기고 온 것 같아 성공이었다. 다음엔 또 다른 눈썰매장을 도전해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