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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Feb 21. 2023

나만 알고 싶은 숲카페, 영종도 비다

요즘은 영종도 하면 흔히 바다 앞 전망 좋은 대형카페를 많이들 생각하고 방문하곤 한다. 탁 트인 바다에 드라이브 겸 갔다 오기 딱 좋고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런데 얼마 전 어김없이 바다뷰 카페를 검색하다가 영종도에 바다가 아닌 숲 뷰의 카페를 찾았다. 차고 넘치던 바다 뷰 카페들 사이로 비집고 내 마음속에 찾아온 숲 뷰의 영종도 비다 카페.


‘저장해 놓고 시간 날 때 꼭 찾아가 봐야지’


그로부터 얼마 뒤 엄마와 함께 그 카페를 찾았다.


출발할 때 내비게이션을 검색했는데 “좁은 길 포함”이라고 나오는 게 초보운전인 나로서는 영 불안했다. 그래도 검색해 보자마자 원래 가보려 했던 다른 대형카페를 포기할 만큼 엄청 가보고 싶었기에 호기롭게 도전을 했다. 가면서도 엄마와 둘이서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를 몇 번이나 말하며 어리둥절했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해 주는 대로 길을 찾아가는데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 잘 찾아온 게 맞는 건지 아리송했다.


이미 먼저 갔다 온 사람들의 말을 빌려보면 산속에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차로 가기 어렵지 않다고 했었다. 주차공간도 잘 되어있다고도 했었다. 그런데 이게 뭐람. 이렇게 비포장도로로 안내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대충 포장도로 한복판에 아슬아슬하게 차를 주차해 두고 걸어 올라가려고 하는데 언덕아래에 자그마하면서 고풍스러운 건물이 보였다. 엄마가 딱 보시더니 ”저기가 카페인 것 같아 “라고 하셨다.


”저쪽 아래로 한번 내려가보자 “

그렇게 헛걸음할 뻔했던 우리 모녀는 엄마의 빠른 발견과 판단으로 우여곡절 끝에 카페를 찾아갈 수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이었지만, 친절하신 사장님께서는 우리를 카페 안으로 일찍 들여보내주셨고 먹음직스러운 디저트와 커피를 주문하려던 찰나 주문은 준비 후에 조금 있다가 받겠다고 하셔서 천천히 카페를 음미하고 있었다.

큼지막하면서 카페 벽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시원스러운 창문에 비치는 풍경은 꼭 액자에 걸려있는 그림 또는 사진과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카페는 흡사 고풍스러운 갤러리에 온 듯했다. 그리고 약간 회색빛의 벽이 현무암스러운 재질에 제주감성도 느껴졌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꾸안꾸스러운 자연스러운 카페인테리어는 단순한 게 최고라는 "Simple is the best"라는 말답게 정말 고급미를 자아냈다.

찬찬히 살펴본 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자 주문을 받겠다고 하신 사장님. 우리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디저트인 오랑주와 마롱이라는 다과와 인절미크루아상을 주문했고, 점심을 겨냥해 갔던 만큼 리코타치즈샐러드도 커피와 함께 주문을 했다. 오랑주와 마롱은 각각 밤과 오렌지를 넣고 만드신 구움 과자였는데 씹을수록 상큼함과 고소함이 느껴지는 과자로 커피와 잘 어울렸다. 디저트를 먹으면서 기다리니 뒤이어 리코타치즈샐러드가 나왔다. 신선한 채소와 입안 가득 리코타치즈를 넣으니 건강한 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이곳에서 숲을 보면서 디저트와 커피를 음미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어느덧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집에 가려고 준비하면서 사장님께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아 집에 가기 싫네요. 여기 더 있고 싶어요 “

”또 오시면 되죠. 이제 길 안 헤매고 오실 수 있으시잖아요. 길 완벽하게 아시죠? “


라고 사장님께서 웃으며 화답하셨다.


모처럼만에 자주 오고 싶은 카페를 또 하나 발견했다. 또한 엄마와 내가 있는 동안 우리만 이 공간에 있어서 더없이 좋았었다. 집에 가기 전 사장님께는 말하면서도 너무 죄송했지만 나는 뻔뻔하게도 내가 올 때는 온전히 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사장님께서는 웃으시며 괜찮다고 하셨다.


함께 간 엄마께서도 정말 잘 쉬다 간다고, 너무 힐링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사장님께서  이 카페의 모토도 휴식, 힐링을 위해 만드셨다고 하셨다. 사장님은 참 성공하셨다. 사장님의 의도대로 손님들이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저희 카페, 비 오는 날이나 눈 오는 날 오면 또 그렇게 멋있을 수 없어요. 다음엔 비 오는 날 찾아오세요 “


비 오는 날을 좋아하신다는 사장님. 나도 비 오는 날을 정말 좋아하는데 추적추적 비 오는 날 푸릇한 나뭇잎이 비추는 창문을 보며 그림 같은 풍경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냥 커피 한잔 시켜놓고 비 오는 것만 바라봐도 행복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비 오는 날 꼭 찾고 싶었다. 사실 비 오는 날 뿐만 아니라 봄이 되어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나고 여름에 수풀이 우거지고 가을에 나뭇잎이 물들 때도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저 정말 여기 자주 올 것 같아요”

“고객님 얼굴을 제가 기억해야 할 텐데”


사장님이 제 얼굴 기억하실 수 있도록 자주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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