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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r 05. 2023

맥주 한잔과 피시 앤 칩스로 산 아이슬란드에서의 추억

얼마 전 남편이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나갈 때 밤마실 겸 같이 나가자고 해서 같이 나갔다. 맡겨두었던 물건을 찾고 난 후 옆에 있던 맥주집에서 맥주 한잔 마실까? 하는 남편의 제안을 나는 뿌리치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이 동네 이사 오고 처음 가봤던 맥주집이었다. 동네에 먼저 이사 온 엄마들의 얘기를 빌려보면 야밤의 아지트와도 같았던 장소. 안주가 맛있는 게 많이 있고 맥주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수제맥주 또한 마침 할인행사기간이었다. 맛도 괜찮았다고 들었다. 남편과 나는 나이스타이밍으로 맥주집을 찾았고, 기분 좋게 수제맥주 두 잔과 많고 많은 안주 중에 뭘 먹을지 고민을 하다가 고민 끝에 피시앤칩스를 주문했다.

조금 기다리니 뻥튀기 쌀과자 한 접시가 나왔고, 그 과자 한 접시를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비워내고 있었다. 주문했던 수제 맥주 2잔이 나왔다. 맥주를 건배하고 한 모금 마시자 입안에 오렌지? 자몽 같은 과일향이 가득 났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주문했던 안주인 피시앤칩스가 나왔다.

이 조합을 보자니 흡사 신혼여행 갔을 때 아이슬란드에서 먹었던 아이슬란드 전통맥주인 Gull맥주와 한 바구니에 담겨 나왔던 피시앤칩스가 떠올랐다.

“이렇게 먹으니까 우리 신혼여행 갔을 때 먹었던 피시앤칩스랑 맥주가 생각나지 않아? 그때 참 맛있었는데 “


“그때 그거 비싸기만 하고 맛도 별로였어. 나는 네덜란드가 그렇게 좋았다?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


남편도 나와 같은 기억이었다면 참 좋았으련만 남편은 나와 참 많이 달랐다. 그때 먹었던 피시앤칩스 나는 바삭하고 생선도 대구살이 쫀득해서 겉바속촉으로 좋았었는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였다는 점에서 좋았었는데 말이었다. 남편과 나는 이렇게나 서로 다르다. 이번에 갔던 맥주집에서의 수제맥주 맛평가도 나는 과일향이 나서 좋았는데 남편은 맥주 고유의 맛이 아니라며 별로라고 난색을 표했었다. 이렇게나 다른데도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거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아쉽게도 이곳은 피시 앤 칩스 전문점이 아니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이슬란드에서 먹었던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것 말고는 피시 앤 칩스 자체의 맛은 별로였다. 메뉴판에 Best라고 작게 적혀있길래 살짝 기대를 해봤었는데 생선살도 별로 없었고, 튀김옷도 너무 두꺼웠다. 그리고 튀김 알맹이도 작았다.  그래도 잠시나마 아이슬란드에서의 시간을 생각나게 해 줬던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기 어려운 요즘의 나에겐 집 앞에 있는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안주를 먹는 이런 소소함마저 좋은 여행이 되어버렸다. 이런 소소함으로 인해 지난 여행에서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끔 피시 앤 칩스가 생각나고 아이슬란드가 고플 때 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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