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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r 13. 2023

내 맘 같지 않았던, 그래도 즐거웠던 여행

배다골테마파크 가족나들이

벌써 작년이다. 그래봤자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지만 말이다. 아들내미의 어린이집 겨울방학 때 처음 갔던 눈썰매장데이트. 그때 처음이라 그랬는지, 갑자기 급하게 가게 돼서 그랬던지 횡설수설했고 준비도 많이 부족했었다. 게다가 방학시즌이었던 탓에 사람도 무진장 많아서 얼마 타지 못하고 와야 했었다. 그래도 실내외 썰매장을 왔다 갔다 하며 첫 눈썰매장 데이트를 즐겼던 우리 모자였다. 이때의 경험을 되살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야외 눈썰매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에는 미리 예약을 했다. 처음 눈썰매장 갔을 때 나와 같이 타니 조금 무서워하긴 했어도 튜브 썰매를 곧잘 탔던 아들 녀석. 이번에 가게 될 눈썰매장에서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하며 우리 가족은 집을 나섰다.


이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아들 녀석의 감기몸살기운으로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겨울 시즌이 거의 끝나가고 눈썰매장 운영의 마지막날이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매표하자마자 다른 곳은 제처 두고 눈썰매장부터 달려갔다. 혹시라도 마지막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기우였다.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 떨어서 그랬는지 눈썰매장에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눈썰매 언덕이 처음에 탔던 것보다 높지 않아서 왔다 갔다로 시간을 뺏길일이 많이 없을 것 같았다. 또 눈썰매를 많이 재밌게 탈 수 있겠단 생각에 설렜다. 처음 탔을 때와 똑같은 튜브로 된 썰매였기에 아이가 재밌게 탈 줄 알았다. 그렇게 내가 생각한 대로 되면 참 좋았으려 만.

경험을 이미 한번 해봤었기에 겁을 안 내고 재밌게 썰매를 즐길 줄 알았던 내 생각과 다르게 튜브 썰매를 가지러 갈 때부터 칭얼대기 시작한 아들 녀석. 어찌해서 튜브를 가지고 썰매를 타러 언덕을 올라갔는데 썰매에 앉히려 하자마자 타기 싫다고 발버둥을 쳐서 당황스러웠다.


‘처음에 탈 땐 잘 탔었는데 왜 그러지?’


“아들아, 제발 한 번만 타보자! 한번 타보면 분명 재밌을 거야 “라고 간곡히 타일러서 타보려고 했지만 발버둥 치는 아들 녀석은 감당이 안 됐다. 결국 튜브썰매는 그냥 내려놓고 아들 녀석과 함께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다. 그렇게 아쉬움 가득 눈썰매장을 빠져나온 후 우린 식당에 있는 빙어잡이체험을 하러 갔다. 우리가 여길 왔던 두 번째 이유기도 했다.  낚시놀이를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아들 녀석에겐 어쩌면 눈썰매장보다 빙어잡이체험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지 빙어잡이체험 부스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빙어잡이체험은 1인당 10분에 5000원이었다. 체험비를 내면 물이 담긴 페트컵을 하나 주시는데 그 컵에 그물로 잡아 올린 빙어를 넣으면 된다고 하셨다. 분명 시간이 다 되면 알려주신다고 했었는데 꽤나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도 말이 없으셨다. 페트컵에 빙어가 꽉 차서 팔딱 거리며 빠져나갈 정도였다. 그런데도 말이 없으셔서 아직도 10분이 안된 건지 여쭤보았다. 아들 녀석이 빙어를 잡진 못했지만 옆에서 그물을 들고 휘휘 저으며 재밌게 즐기는 걸 보셨는지 체험 시간은 이미 많이 흘렀지만 체험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 하라고 일부러 이야기를 안 했다고 하셨다. 감사했다.


약속된 시간보다 많이 체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빙어잡이체험을 그만하자고 하니 그물을 잡고 물놀이를 하던 아들 녀석이 많이 아쉬워했었다. 아들 녀석의 포즈는 제법 낚시꾼 같았었는데. 체험해서 잡은 빙어를 식당에 가져다주면 3천 원을 내고 빙어튀김을 맛볼 수 있었다. 내가 잡은 빙어로 튀김이라니. 기대를 하고 맛본 빙어튀김은 튀김옷이 좀 눅눅했던 게 아쉬웠다.

그래도 빙어잡이체험은 성취감도 있고 보람도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아들 녀석이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옛날 같았으면 빙어잡이가 웬 말일까. 아마 남편 뒤에 숨어서 나는 절대 못한다고 했을 텐데. 아들 녀석의 엄마가 된 지금은 맨손으로 빙어를 만지고도 남았었다. 역시 엄마는 무서울 게 없는 위대한 사람이었다.


그 밖에도 점심을 먹고 난 후 잉어 구경을 했는데 물 좋아하는 아들 한동안 잉어전시장에서 잉어만 보겠다고 하는 통에 다른 것도 체험해 보자며 나오게 하는데 꽤나 진땀을 뺐었다. 애니메이션 영화도 보고 날씨가 따뜻해서 야외 장애물 숲 놀이터에서 장애물 건너기 체험도 했다. 많이 겁을 내간 했었지만 그래도 하려고 도전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해서 도와주었다. 전통놀이 체험도 하고 모래놀이도 하면서 비록 눈썰매장 때문에 왔었지만 다른 체험들을 즐기며 모처럼만에 야외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왔었다.

이제 봄이 와서 눈썰매는 끝이 났고, 딸기 따기 체험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들 녀석이 딸기도 좋아하는데 다음에는 딸기 따기 체험하러 또 놀러 가볼까 한다. 그리고 다른 놀러 온 가족들을 보니 식당에서 화덕피자 만들기 체험도 많이들 하던데 다음에는 아이와 피자도 만들어보고 먹고 오면 좋을 것 같았다. 과연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와의 여행은 이렇게 어디로 튈지 몰라 당황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다채로운 놀거리가 많아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많았던 배다골테마파크. 다음에 또 놀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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