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예쁜 도시, 라스베가스
2012년 해외 어학연수로 1년 동안 미국에 체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친구들이나 이모와 미국의 여러 도시들을 여행했었지만, 유독 라스베가스와는 인연이 없었다. 어학연수의 모든 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라스베가스를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 가보지 못했었다. 언젠가는 꼭 다시 가리라 마음을 먹었고, 절치부심 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라스베가스를 가고 싶다는 간절함을 키워왔는데 그 뒤로 몇 년 뒤에 미국의 이모집을 놀러 갔고, 그때 드디어 원하고 원했던 라스베가스로의 여행이 실현되었다. 그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낮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사진으로 숱하게 봤던 모습이 아니었고, 썰렁했다. 생소했던 그 모습에 나는 실망을 했다. 그리고 과연 '명성에 걸맞은 도시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거리에 사람은 간간히 있었지만, 명성과는 다르게 심심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내 판단이 너무 섣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둠이 찾아왔고, 라스베가스는 과연 라스베가스였다. 명성에 걸맞게 제 모습을 찾았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화려함을 갖춘 도시. 거리만 돌아다녀도 볼거리가 넘쳐났다.
화려한 조명 아래 라스베가스는 밤에 와야 된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이랑 낮에 푹 쉬고, 저녁부터 스멀스멀 나와서 밤에 정점을 찍는다고들 한다던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겠다.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거리인 스트립의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호텔들에서 준비한 다채로운 쇼들 덕에 시간만 잘 맞추면 눈과 귀를 호강할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는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 MIRAGE호텔의 화산쇼를 챙겨봤다.
처음에는 겨울에 가서 그런지 사막인 라스베가스가 밤에 너무 추웠었다. 미리 이모가 버스투어를 신청했었는데 도착해서 타려고 보니 2층 오픈 버스였다. 평소 2층 버스가 처음이었고, 타고 싶었어서 좋았는데 타고나서 투어를 하는 내내 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했던지라 후회했다. 라스베가스 스트립 거리를 보고, 라스베가스다운타운도 한방에 구경할 수 있었던 건 좋았지만, 너무 추워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라스베가스에서의 첫 여행이 끝났다. 몇 년 뒤 처음 여행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다시 라스베가스를 찾았다. 처음 여행에서의 아쉬웠던 상황을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한번 타봤던 2층 오픈 버스는 타지 않았다. 밤에 돌아다녀야 더 좋았던 라스베가스였기에 낮에 푹 쉬었고, 해가 어둑어둑 해지고 이른 저녁때 스멀스멀 기어 나와서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던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를 봤다. 이후에 근사한 저녁을 먹고, 대망의 MIRAGE호텔의 화산쇼를 보면서 하루를 마쳤다.
역시나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거리만 걸었을 뿐이었는데 볼거리가 많았고, 재밌었다. 낮에 잠깐 첫 여행에서 추워서 구경하지 못했던 다운타운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역시 라스베가스의 낮은 한산 했다. 한산해서 오히려 재미가 없었다. 그나마 볼거리가 있는 스트립 거리로 다시 갔다. 스트립도 다운타운과 별 차이 없는 한적한 낮 풍경이었지만, 즐겨보고자 분수쇼도 또 보고, 하이롤러도 탔다. 낮에 보는 분수쇼도 충분히 멋있었지만, 역시 밤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화려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즐겼다. 그러나 라스베가스는 역시 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순 없었다. 지긋지긋할 법도 한 라스베가스이지만 나는 아직도 못 본 게 많을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도시인 라스베가스. 다음에는 내가 좀 더 경험하지 못한 것들도 경험하고 싶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