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여행

나 홀로 여행이었지만, 둘이었던 여행

by 방구석여행자

결혼하고 처음 맞았던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 우리 부부는 따로 또 같이 보냈다. 결혼하고 신혼여행 다녀와서도 역마살이 있는 나는 도저히 좀이 쑤셔서 집에 있을 수만은 없었고, 남편을 꼬셔서 함께 여행 가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직 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결혼도 하고 신혼여행도 다녀온 게 눈치가 보였던 남편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휴가를 낼 수 없을 것 같다며 여행을 가려거든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여행은 가고 싶고, 크리스마스날은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크리스마스이브날 돌아오는 걸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 나 홀로 주어졌던 시간은 2박 3일이었다. 그때부터 어디로 갈지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2박 3 일인 만큼 너무 먼 곳은 가고 싶지 않았다. 주변 나라들 중 찾아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본인이 갔던 "시즈오카 다녀오는 게 어때?"라고 고민하고 있던 내게 제안을 했다. 남편의 말을 들으니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름하여 <따로 또 같이> 콘셉트. 다른 계획은 필요 없었다. 정보를 찾지 않아도 됐었다. 남편이 여행 갔을 때 찾았던 정보들을 참고했고, 그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했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혼자 심취했었다. 남편은 여행정보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을 잘해주었고, 본인이 같이 못 가는 걸 속상해하면서 참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드디어 떠났고, 남편이 말했던 도시 시즈오카에 도착했다. 와사비와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 매콤한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코끝을 톡 쏘이는 생 와사비맛이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시즈오카에 있는 와사비와 관련된 초콜릿, 아이스크림, 정식 등 빠짐없이 먹고 올 계획이었다. 특히나 와사비정식 같은 경우에는 남편이 너무 먹고 싶어 했으나 레스토랑을 찾지 못해 먹고 오지 못했다고 유난히 아쉬워했던 곳이었다. 떠나기 전, 남편의 한을 풀어주고자 꼭 그곳을 찾아서 먹고 오리라 다짐했다.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그 식당부터 찾았고, 나는 끝내 찾는 데 성공했다. 예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지나서 회덮밥을 먹으러 어시장으로 갔다.

확실히 회로 유명한 나라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회가 입에서 살살 녹았다. 바닷가 전망에서 신선한 회와 함께 고슬고슬한 쌀밥에 얹어 먹으니 두고 온 남편도 혼자 왔을 때 이렇게나 황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잠시 어시장을 구경했다. 그리고 산책을 한 후 시내로 가서 디저트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남편과는 다르게 시즈오카 시내에서 유명하다는 딸기 타르트 가게를 찾아서 먹으러 갔다. 딸기 타르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맛있어 보이는 과일타르트들이 있었고, 보자마자 이성을 잃었다. 모든 맛을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심사숙고끝에 딸기타르트를 사서 먹었다. 달달함이 입에서 살살 녹아 지친 피로를 녹였다. 그리고 너무 맛있게 먹은 나는 곧장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남편은 본인도 먹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오뎅바들이 모여있는 아오바 오뎅거리를 갔다. 시즈오카의 또 하나의 명물인데, 오뎅이 일반 오뎅과 달리 검은 오뎅이라는 것이 특징이었다. 먹다 보니 나는 오뎅보다는 흐물흐물했던 무가 더 인상 깊었다. 주인공보다는 조연이 더 좋았다고나 할까. 고민 끝에 들어갔던 푸근해 보이는 인상을 하신 이모님과 다른 일본 손님들. 주인장이신 이모님은 영어를 전혀 못하셨고, 나는 서툰 영어와 일본어를 총동원해 이곳에 혼자 왔다 라고 하며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참 대단하다고, 신기해하셨다. 그렇게 서민 냄새나는 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냈다.

둘째 날은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인 슈젠지 온천마을을 페리를 타고, 버스를 타고 갔다. 온천마을에서 족욕도 하고, 와사비 아이스크림도 먹어보고 비가 오던 날 우산 쓰고 거리를 산책하니 운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일본식 전통 온천도 즐겼다. 저녁때 와사비정식을 예약했던 나는 시즈오카 시내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남편이 산책을 좋아하는 내가 가보면 너무 좋을 거라고 추천했던 스카이워크는 아쉽게도 가보지 못했다. 대신 장어를 좋아라 하는 남편이 시즈오카 가면 꼭 먹고 와야 된다고 추천했던 장어덮밥을 그릇째 싹 비우고 왔다. 브레이크 타임에 걸릴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받아주셔서 맛있게 먹고 올 수 있었다. 나는 먹는 걸 택했던 것이었다.

남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이기도 했지만, 내가 정의한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테마는 식도락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산책을 포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기대하던 와사비정식을 먹으러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생와사비를 강판에 주면 직접 갈아서 주방장이 주는 요리와 함께 즐기면 됐었다. 생와사비를 처음으로 강판에 갈아서 먹어봐서 그런지 새로운 경험이었다. 정식으로 나온 요리가 9개 정도였는데 모든 요리에 와사비를 갈아서 먹을 수 있었던 점, 내가 알게 모르게 요리에 참여를 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사진을 찍어 먹었던 요리들을 남편에게 자랑했다. 남편은 본인이 계획했던 곳 중 유일하게 못 가봤던 곳이었어서 그런지 본인은 찾을 수 없었는데 어떻게 찾았느냐며 정말 가보고 싶다고, 맛있었겠다고 했다. 물론 혼자 먹어서 맛있었느냐고도 빼놓지 않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솔직하게 맛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나중에 내가 못 가본 스카이워크와 남편이 못 가본 와사비정식레스토랑을 함께 가보자고 약속했다. 같은 장소에 대해 함께 가지는 못했지만, 마치 함께 다녀온 것처럼 여행지들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기분이 묘했다. 지금도 우리는 가끔 이렇게 따로 또 같이 했던 시즈오카 여행을 공유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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