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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23. 2024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이 그림책을 펼칠 때면, 벌써 12년 된 뉴욕여행이 생각나는 그림책이다. 12년이 지났어도 조금 과장 보태서 마치 엊그제 다녀온 것처럼 생생하다. 이 그림책의 판형은 길게 쭉 뻗어있는데 꼭 뉴욕의 고층 빌딩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색감은 뉴욕 도시만큼이나 알록달록한 화려함을 자아낸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으로는 반전이 숨어있었다. 그림책에 사람과 동물 등 너무 많이 나와서 누가 말하는 걸까? 사람 위주로 살펴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쥐가 말하는 건 줄 누가 처음부터 알았을까?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적 읽던 시골쥐서울쥐 동화책도 생각이 났었다.


첫 장면으로 베이글 레스토랑에서 베이글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여행할 당시에 친구와 함께 찾아갔던 몇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베이글 레스토랑에서 어떤 베이글을 먹을지 고심하며 겨우 골라 먹었던 추억이 생각났다. 그곳에서 샌디에이고에 산다는 할아버지도 만났었는데. 그 할아버지와 여행하던 중간에 길거리에서 만나 신기한 인연이라고 반가워했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이 책에는 바쁘고 복잡하고 화려한 도시인 뉴욕이 고스란히 느껴져 반가웠다. 타임스퀘어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캐릭터들이 사진을 찍자길래 아무것도 모르고 기분 좋게 사진을 찍었었는데 팁을 요구할 줄이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팁을 냈지만 나 참 순진했었다.


그렇게 꿈꿔왔던 여행지인 뉴욕이었는데 공항에서 처음 뉴욕의 중심가에 발을 들였을 땐 ‘내가 왜 여길 오고 싶어 했었지?’였다. 그만큼 더러웠고, 충격적이었던 도시였다. 사람들이 왜 뉴욕을 좋아하고 열광하는지 그때는 이해를 못 했었다. 일주일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일주일을 앞으로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었으니까.


뉴욕 여행을 계획할 때 1주일 내내 뉴욕을 가면 지겨울 수도 있으니 다른 근거리의 미국 주요 도시를 함께 여행하는 게 좋을 거라는 말에 1박 2일 보스턴을 가기로 계획했었다. 그런데 모든 여행이 끝나고 난 후 나는 후회했다. 뉴욕이 정말 좋아져 버렸기 때문에. 뉴욕에 일주일을 다 머무르지 않았던 걸 후회했다. 첫인상이 더러웠고, 모든 게 충격적인 걸 다 이길 수 있을 만큼 뉴욕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였다. 복잡한 걸 싫어하는 내게 이 도시에서의 복잡함은 용서가 됐었다. 아니, 오히려 뉴욕은 복잡해야 했다. 그래야 열정이 넘치고 즐거웠기 때문에. 누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았고,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던 곳. 밤에도 유난히 사람이 많아 갑자기 필 받아서 나가도 위험하지 않았던 곳. 그 화려함에 친구와 매일매일 뉴욕에 있는 동안 밤늦게 들어갔었다. 복잡하지 않고 한산하면 오히려 이상했던 도시 뉴욕. 이 복잡함을 사랑했던 내가 참 신기했었다. 뉴욕을 떠나야 했을 때는 정말이지 이 책에 나온 문장처럼 ”여길 떠나고 싶지 않았다. “


이 그림책이 뉴욕에서의 영화 같았던 시간을 추억해 줘서 좋은 것도 있지만, 다문화 미국을 상징하듯 다양한 사람들과 동물이 페이지에 함께 나오면서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를 그린 것 같아 더 좋았다. 곳곳에 평화를 상징하는 심벌도 눈에 띄었다.


너무나 좋았던 기억 때문에 뉴욕에 금방 또 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뉴욕에 가보지 못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뉴욕 많이 바뀌었을까? 심심치 않게 들리는 소문에는 뭐가 많이 생겨난 듯해서 지금의 뉴욕이 참 궁금하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다시 가도 그때처럼 뉴욕에 설렐 수 있을까? 아니면 좋았던 기억을 계속 간직하는 게 나을까?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뉴욕에 대한 내 마음을 이 그림책을 통해 상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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