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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l 01. 2024

숨바꼭질

어렸을 적 나 또한 동생과 집에서 혹은 밖에서 숨바꼭질을 했던 추억을 되새겨주었던 그림책이었다.


며칠 전 키우던 강아지 골디를 잃어버린 주인공 파피와 사이 남매는 슬픔에 빠져있었다. 계속 앉아서 뭘 하고 놀지 궁리하던 남매는 숨바꼭질을 하기로 했다. 둘은 숨바꼭질을 하기 위해 숲 속으로 갔고 파피가 술래를 하고 사이가 숲 속 깊은 곳에 숨기로 했다. 파피는 사이가 숲 속 깊숙이까지는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사이는 숲 속 깊숙이 들어가다가 나뭇가지 더미를 봤고, 여기에 숨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숨었다. 파피는 열까지 세고 사이를 찾기 위해 숲으로 걸어갔다. 파피가 열까지 세는 걸 보니 어렸을 적 숨바꼭질할 때면 부르던 노래인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래를 반복해서 불렀던 추억이 생각이 나서 재밌었다.


사이는 누나가 자신을 찾기 힘들 거란 생각에 처음에는 신이 났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줌이 마려웠던 사이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누나가 자신을 빨리 찾아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런 사이의 마음을 모르고 파피 누나는 엄한 데만 보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사이가 포기하고 빨리 나왔으면 됐을 것을 화장실이 마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끝까지 누나를 기다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마 이렇게 누나가 못 찾았던 적이 처음이었기에 더 숨어보려는 것도 있었을 테고 힘들게 숨었는데 빨리 나가버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았다. 누나가 사이를 찾는데 더 헤맸던 것은 사이가 예상했던 곳에 숨은 게 아닌 더 멀리, 자신의 예상보다 벗어난 곳에 숨었기 때문에 더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도 있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정해놓은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정해놓은 한계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되면 그때부터 혼란을 맞이하게 되는데 파피도 아마 사이가 이 정도에 숨어있겠지 하고 예상했지만 그를 벗어났기 때문에 쉽게 찾지 못했던 것이지 않았을까?


곳곳에 사이가 입었던 모자, 옷 색깔 등이 그려져 있었다. ‘사이가 저기에 숨었을까?’, ‘저기엔 있겠지’ 하고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 파피와 같은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사이를 찾았다. 그러나 사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쳐야 해!’라고 내 마음의 소리를 파피에게 말하고 싶었다. 어느덧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사이를 같이 찾고 있을 정도로 작가는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책이었다.  숲 속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파피는 무서웠다. 그때 그 소리를 사이도 듣고 무서웠다. 그런데 그 소리는 다름 아닌 본인들이 키우다가 며칠 전 잃어버렸던 강아지 골디였다. 무서웠던 숲 속은 사이와 파피, 골디가 만나면서 환한 빛이 밝게 비추는 것 같았다.


파피와 사이는 숨바꼭질을 하면서 뜻밖에 잃어버렸던 강아지 골디도 찾게 되었다. 꼭 그때 당시 목표했던 것만 이루려고 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우연처럼 이뤄내는 성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됐다. 그러니 당장 뭐가 보이지 않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힘내보자.


이 책의 끝에 사이뿐만 아니라 숲 속에 다른 숨어있는 물건들이 그려져 있다고 독자들과 숨바꼭질을 제안하는 앤서니브라운 작가. 그의 그림책은 이러한 재밌는 요소들이 있기에 볼 때마다 신이 난다. 그리고 앤서니브라운 작가의 그림책을 보게 되면 항상 ‘이번엔 또 뭐가 숨어있을까?’ 하고 기대하며 나도 모르게 그의 그림을 자꾸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이 책에는 특별히 무엇을 숨겼는지 항목들을 알려주었다. 숨바꼭질은 어렸을 적에도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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