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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l 04. 2024

눈사람아저씨

표지에는 보기만 해도 푸근하고 멋있는 눈사람 아저씨가 소복소복 하얀 눈을 맞으며 서있다. 앞면지와 뒷면지에도 파란 하늘에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다. 나는 눈을 좋아한다. 그래서 겨울을 좋아한다. 겨울에는 펑펑 함박눈이 내리는 걸 볼 수 있으니까. 표지만 봐도 그렇게 펑펑 함박눈이 와서 눈사람아저씨를 만들고, 눈싸움을 하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이었다.


이 그림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다. 작년에 그림책을 처음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글 없이 그림만 있는 그림책이 더 보기 좋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내게 글 없는 그림책은 너무나 어려웠다. 그래서 글 없는 그림책은 아예 시도조차 못하고 있었던 찰나에 이 책을 펼쳤다.


한 남자아이가 밤에 자다가 일어나 창문을 봤다.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는 걸 보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 동글동글 눈을 굴려 눈사람아저씨를 만들었다. 집에 들어와서 보니 눈사람아저씨가 허전해 보였던 아이는 모자와 목도리, 귤, 숯덩이를 가지고 나가 눈사람아저씨에게 입혀주고 꾸며주었다. 멋진 눈사람아저씨가 되었다. 자다가 깬 아이는 창밖에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 눈사람아저씨를 보았다. 눈사람아저씨에게 뛰쳐나가자 눈사람아저씨가 반갑게 인사해 줬다. 눈사람아저씨를 집으로 들여와 함께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색하고 재밌게 놀고 맛있는 밥도 먹었다. 중간에 책을 보는데 따뜻했던 집안에서 녹지 않은 눈사람아저씨가 의아했다.


갑자기 눈사람아저씨는 밖으로 아이를 끌고 나갔다. 둘은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두 팔을 벌려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이 아주 자유로워 보였다. 그랬다가 내려가고 싶은 곳에 내려가서 전망을 바라보는 모습. 지금 현재 내가 떠나고 싶을 때 마음 놓고 떠나지 못해서인가? 이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부러웠다.


큰일이 났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다. 서둘러 다시 날아올랐다. 무사히 집에 돌아온 아이와 눈사람아저씨는 지난밤에 있었던 아름다웠던 추억을 간직한 채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아이. 해가 중천에 뜨자 눈사람아저씨가 걱정되어 밖으로 뛰어나간 아이는 눈사람아저씨의 녹아 없어진 모습을 봤다. 지난밤 눈사람아저씨와 함께했던 시간은 한낱 추억이 되어버렸다.


이 그림책은 전체적으로 색연필과 물감으로 표현하여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눈사람아저씨와 아이의 아름다운 우정이 더 그림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보는 내내 둘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눈사람을 만들며 놀던 추억도 떠올랐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은 페이지마다 만화 같은 분할그림과 글이 없음으로 눈사람과 아이가 무슨 대화를 하는지 상상해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글 없는 그림책의 매력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아이가 말을 하게 되면, 이 책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림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화하다 보면 대화가 끊이지 않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우리 아이도 이 아이처럼 눈사람아저씨와 친구가 되는 상상을 하게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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