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나는 만삭이었다. 때 마침 여행작가 동료들과 제주도에서 사진전을 개최하려 했던 계획이 있었다. 사진전 일도 하고, 제주도도 구경하고, 동료분 중에 사진작가를 겸하는 분이 있어 만삭 사진도 찍어주겠다는 말에 솔깃했던 나는 겸사겸사 남편이 아닌 동료들과 그리고 뱃속에 있던 우리 축복이와 함께 제주도로 태교여행을 떠났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힘든 시국이 아니었던 작년까지는 보통 태교여행을 국내로 간다는 건 거의 없는 일이었지만, 일이 바빠 시간이 없었던 나는 국내로 짧게 떠났었다. 내가 즐겁고, 배 속에 아기가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워낙에 여행에 일가견이 있던 동료들이었기에 그들을 믿고, 무계획으로 편하게 갔다. 너무 황송하게도 가장 막내였지만, 임산부라고 배려를 많이 해줬던 덕택에 참 행복했던, 잊지 못할 태교여행이었다.
후발대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던 내가 가장 먼저 향했던 곳은 한국기행 인천을 취재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전시했던 카페 루프탑이었다.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선발대로 갔던 다른 동료들이 먼저 열심히 사진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내가 무얼 도우면 되겠느냐고 하자 임산부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했던 동료들이었다. 만삭의 몸이었던지라 실제로 일을 도울 순 없었지만,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힘을 실어주었다. 사진들이 보기 좋게 전시된 걸 흐뭇하게 바라보고, 출출해진 배를 움켜쥐며 우리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근처의 맛있다는 짬뽕집으로 출동했다.
이곳에 꼭 먹어봐야 한다는 시그니쳐 메뉴인 꽃게짬뽕을 시키고, 아무리 이열치열이라지만 너무 더운 제주의 여름 날씨에 참지 못하고 주문한 냉짬뽕, 그리고 탕수육은 봤어도 탕수육밥은 생소해서 주문해봤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우리 축복이 몫까지 정말 배 터지게 먹었다. 꽃게짬뽕은 정말 해물 가득이었고, 특히 꽃게가 국물에 배여 국물의 맛이 얼큰하며 깊고 진했다. 냉짬뽕은 면이 쫄깃쫄깃하고, 국물이 시원해 매력이 있었고, 탕수육에 밥을 얹어먹는다는 걸 상상을 못 했는데 상큼 달콤한 탕수육 소스를 버무려 밥이랑 탕수육을 함께 올려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많이 주문해서 서로 나눠먹었는데,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제주의 첫 끼니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러고 나서 우리의 디저트 먹방이 시작되었다. 먹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나를 위해 동료들이 짠 맞춤여행코스였다. 여자들은 보통 음식을 먹고 나서 "아 배불러" 하고도 돌아서면 디저트를 먹는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터. 우리가 첫 번째로 선택했던 디저트는 바나나맛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옐로 카페였다. 바나나맛 우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꼭 방문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온통 바나나맛 우유 세상이었고, 알록달록한 굿즈부터 시작해서 아기자기한 카페는 태교여행으로서도 맞춤 장소였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나중에 축복이가 태어나면 꼭 함께 찾고 싶은 곳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한 곳은 카페 안에 예쁜 찻잔이 진열되어있으면서 홍차로 유명하고, 수국 정원으로 유명한 마노르 블랑이라는 카페였다. 홍차가 유명하다고 해서 갔지만, 홍차에 들어있는 카페인 때문에 축복이에게 위험할 듯싶어서 홍차를 마시진 못했다. 카페 한쪽에 진열되어있던 예쁜 찻잔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실제로 주인장이 직접 모은 찻잔들이라고 하던데, 옛날에는 원하는 찻잔을 골라서 그곳에 차를 따라주기도 했다던데 카페가 워낙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유명해진 탓에 찻잔을 눈으로만 볼 수밖에 없게 바뀌어 안타까웠다. 나와 사진작가인 동료분은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카페의 수국 정원으로 나가서 만삭 사진을 찍었다. 만삭 사진은 처음 찍는데 "포즈를 많이 취해본 솜씨다, 어떻게 이렇게 잘 찍느냐"라고 부끄럽게도 칭찬을 많이 해줘서 몸 둘 바를 모르고 찍었다. 우리 축복이가 함께였기에 엄마가 부끄럼이 없어졌던 게 아닐까.
그러고 나서 제주 동문 야시장을 투어 했다. 먹고 싶었던 진짜 맛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추천을 받았던 전복 버터 밥과 제육볶음의 만남인 제주 동문 야시장의 화제의 요리인 돈복이는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 재료가 소진되어 맛보는데 실패했다. 눈물을 삼키며 돌아섰던 나는 눈에 보이던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주스를 마시며 축복이와의 첫 제주여행을 마무리했다. 함께 있던 동료들이 어떻게 수박주스 하나에 이렇게 기분이 오락가락할 수 있는 거냐고 참 신기하다고들 했다. 나도 참 나 자신이 신기했다. 수박주스를 보며 그렇게 함박웃음을 지었던 나 자신이. 이건 모두 다 축복이 너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빠가 없어도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