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던 태교여행(2)

by 방구석여행자

다른 동료들과는 다르게 다음날 출근해야 해서 서울로 먼저 돌아가야 했던 뱃속의 축복이와 나는 제주에서의 두 번째 아침이자, 마지막 아침을 맞이했다. 제주에서의 시간이 얼마 없던 나를 위해 동료들은 최대한 맛있는 음식, 좋은 곳을 많이 데려가 주려 했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다. 처음 도착했던 곳은 월정리 해변의 카페거리에 있는 당근케이크로 유명하다는 구좌상회였다.

월정리는 이전에 제주도에 사는 친구와 제주여행을 했을 때 처음 가봤던 곳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월정리 카페거리가 막 생기기 시작했을 때여서 사람도 별로 없었고, 한산했는데 몇 년 새에 참 많이 바뀌었다. 사람들도 많아졌고, 주변에 카페들도 많이 생겼다. 월정리 또한 여느 관광지와 똑같이 여유가 많이 없어진 곳이 되어버렸다. 카페 앞 골목에는 주차할 곳이 없어 운전하던 동료를 빼고 우리는 먼저 자리를 맡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운치 있는 오솔길 위에 예쁜 정원이 마련된 집 한 채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예뻐서 내심 우리 집이었으면 하는 욕심도 들었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당근케이크를 우선 주문했고 카페에 와봤던 사람들도 안 먹어봤다는 브라우니도 음료와 함께 주문했다. 우선 브라우니가 먼저 나와서 먹어봤는데 기대를 안 해서 그런 건지 내가 느끼기에는 많이 달지 않았고, 꾸덕꾸덕하고 진한 초코가 느껴져서 브라우니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당근케이크도 먹어봤던 당근케이크 중에 진짜 인생 케이크를 만난 듯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이렇게 예쁜 곳을 놓칠 수 없다며 여기서도 축복이와 나의 만삭 사진을 예쁘게 담아주셨다.

첫 번째 디저트 일정을 마치고, 두 번째로 우리는 점심으로 철판요리 전문점을 갔다. 여행에 일가견이 있는 동료 여행작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그런지 이 기회에 내가 몰랐던 정말 맛있고, 분위기 좋은 핫플레이스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평소의 여행할 때 주도적이었던 나와는 다르게 이번 여행에서는 한 발 물러서서 몸만 따라갔던 그런 편한 여행컨셉으로 즐겼다. 덕분에 여행 계획 짜느라 힘들지 않아도 됐었고, 아무 생각 없이 놀고, 먹고 했던 여행이었다. 아마 이런 여행이 내 여행 인생 중에 얼마나 될까.

철판요리 전문점은 도로 위에 있었다. '여기에 철판 요리점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에 동떨어져있어서 처음 마주했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들어와서 음식을 주문했고 음식을 받아보니 양도 많았고, 맛도 있었다. 이곳에서의 식사를 제안했던 동료분이 이 곳 사장님과 SNS를 팔로잉하는 사이여서 음료수도 서비스로 받았다.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였다.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나는 밥을 한 톨도 남기지 않았고, 설거지 수준으로 싹싹 다 먹고 나왔다.

밥을 다 먹고 또다시 카페 투어가 이어졌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고, 먹고 싶은 곳, 가고 싶었던 곳은 참 많았다.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정말 쉬지 않고, 먹고 마시고를 반복했었다. 이번 짧은 여행 일정에서 참 많은 카페를 갔었지만 제주에 또 여행을 간다면 꼭 다시 찾아가고 싶은 카페가 있다. 바로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잠깐 시간 때우기 위해 들렀던 제주공항 근처의 해안가에 우직하게 서 있는 시원한 통유리 창이 탁 트인 바다를 보여주는 카페, 마치 카페가 우두커니 서서 바다의 세찬 파도를 다 막아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기도 하는 카페였다. 내가 생각한 이 카페의 또 하나의 킬링 포인트는 바로 한옥 외관 디자인. 이 카페가 기억에 남는 다른 이유는 바로 앙투아네트라는 이름 때문인 것도 같다. 카페를 들어가니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고 예뻤던 케이크들이 반겨주었고, 첫 번째로 눈을, 그리고 입을 즐겁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제주에서 가고 싶었던 곳은 바로 첫날 먹지 못했던 야시장의 돈복이. 비행기 타기 전에 먹지 못한다면 인천에 돌아가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동료들도 나의 이런 안타까운 마음을 읽었는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돈복이작전을 짰다. 저녁이 되자 동문 야시장에는 사람도 붐볐고, 차도 많았다. 특히나 유난히 길었던 돈복이 줄. 처음에 힘들게 동문시장 공영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주차할 곳이 없었고, 주차할 곳을 찾느라 시간을 뺏기느니 차라리 운전하는 동료 분만 빼고 나머지는 다 내려서 동문시장으로 가서 돈복이 파는 곳에 줄을 서있기로 했다. 꼭 먹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운전하는 동료분이 주차를 하지 않고, 천천히 시장을 한 바퀴 차로 돌다가 주차공간이 생기면 합류하고, 그러지 못하면 차로 돌고 있다가 우리가 돈복이를 사서 차에 합류하기로 했다. 비행기는 타러 가야 했는데 돈복이는 꼭 먹어봐야겠고 아슬아슬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되었고, 나는 그렇게 고대하던 돈복이를 데리고 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돈복이의 비주얼에 한 번 놀랐고, 맛에 또 한 번 놀랐다. 배려심 넘치던 동료들 덕분에 돈복이를 공항에서 맛있게 먹고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정말 쉼 없이 먹고 마셨던 먹방 태교여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임신하고 일도 힘들고 몸도 무거워서 많이 우울했었는데 모처럼만에 축복이와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좋은 시간을 보냈어서 시간을 짬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또한 여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아무 생각 없이 여유 있게 보낼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주었던 동료들에게도 너무 고마웠다. 덕분에 남편 없이도 남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던 행복했던 태교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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