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이었던 오페라의 유령 보러

by 방구석여행자

처음 접했던 뮤지컬
고등학교 때 소풍으로 뮤지컬을 관람하러 대학로를 방문했다. 항상 연극이나 영화만 보다가 그때 처음으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다. 뮤지컬은 스토리가 있고, 대사가 있고, 아름다운 음악이 있어 공연시간 내내 살아 숨 쉬었다. 마치 영화와 연극을 합쳐놓은 듯했고, 신선했다. 그때 내가 처음 봤던 뮤지컬은 바로 <그리스>라는 작품이었다. 그 이후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반해 한동안 친구들과 영화나 연극 대신 뮤지컬 공연을 보러 다니곤 했었다.

상상하던 최고의 뮤지컬을 만나러
어느 날 우연히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책을 읽었다. 비록 두꺼운 책이었지만 그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뮤지컬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뮤지컬이 한국에서도 열린다면 꼭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뉴욕 여행을 가기로 했다. 나와 친구는 종종 뮤지컬을 봤었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짤 때 뮤지컬의 도시로 소문난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안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브로드웨이를 가겠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는데 어떤 뮤지컬을 보느냐에서 의견이 갈렸다. 나는 당연히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싶었지만, 친구가 보고 싶었던 뮤지컬은 바로 <라이온 킹>이었다. 둘 다 최고의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 어떤 걸 봐야 할지 선택하기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다른 건 양보해도 뮤지컬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결국 친구는 두 손 두발 다 들었고, 우리는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만나러 갔다. 뉴욕 최고의 뮤지컬 무대인 브로드웨이로.

브로드웨이에서 만난 최고의 작품, <오페라의 유령>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극장에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우리는 미리 예약했던 바우처를 티켓으로 교환했다. 표를 받아 든 순간,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우리가 뮤지컬을 관람했던 날이 평일이었어서 그랬는지 예매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에 앞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무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기다리면서 친구와 나는 설렜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소설책을 찢고 나온듯한 배우들의 열연과 주옥같은 노래, 그리고 무대와 세트장치의 퀄리티는 과연 한국에서 봤던 뮤지컬과는 확실히 달랐다. 왜 뮤지컬을 논할 때 브로드웨이, 브로드웨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2시간여의 공연이 끝났고, 그 감동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던 나는 기립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건 쳐야 돼"

친구도 공연이 끝난 후 <오페라의 유령>을 왜 양보를 못했는지 내가 이해가 간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훌륭한 작품이었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친구도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이 감동을 여행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가고 싶었고, 브로셔를 구입했다. 친구와의 여행이 끝난 이후에도 너무 인상적이었어서 <오페라의 유령>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다시 만난 <오페라의 유령>
그로부터 몇 년 후 한국에서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브로드웨이에서 함께 관람했던 친구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친구는 흔쾌히 이 공연을 같이 보자고 했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좋았던 추억을 다시 상기시키고자 우리는 내한공연을 예매했지만, 치열한 예매 경쟁으로 인해 브로드웨이에서만큼 좋은 자리에서 볼 순 없었다. 그리고,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외국에서 온 배우들이 한국에서 공연하는 만큼 내용에 대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의해 공연장 양 옆에 자막 프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용을 아는 나로서는 오히려 이 점이 공연의 몰입도에 방해가 됐었다. 프롬프트가 있으니 무시하려 해도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고, 자꾸 프롬프트의 내용을 확인하게 됐었다. 역시나 배우들의 열연은 돋보였지만, 브로드웨이에 비해 무대장치도 그렇고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브로드웨이에서 봤던 공연이 자꾸만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친구와 뉴욕을 여행 간다면, 그때 또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러 갈 것이다. 지난번에는 함께 여행했을 때 친구가 양보해서 내가 보고 싶었던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을 봤다면, 이번에는 내가 양보해서 <라이언킹>을 보고 올 날이 언젠간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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