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홀로 북유럽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마음이 지쳐있었던 나는 휴식처 같은 곳으로의 여행이 필요했다. 여행지를 찾다가 우연히 피오르드 사진을 보고 반했고,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피오르드 투어는 꼭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혼자 처음 하는 피오르드 투어였기에 뭐가 뭔지 몰라 당일치기 피오르드 투어를 예약했고, 그렇게 떠났다. 드디어 기다리던 피오르드 투어 하는 날이 왔다. 오슬로에서 출발하여 뮈르달이라는 역에서 산악열차로 환승을 했고, 그 산악열차를 타고 플롬으로 향했다. 산악열차의 내부는 마치 산장에 놀러 간 듯 아늑했다. 산악열차를 타고 플롬으로 가면서 크고 작은 폭포를 보았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경치들을 보면서 날씨가 흐리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그때의 그 상황이 아쉬웠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열차 안이 어수선해졌다.
효스폭포. 해발 670m를 자랑하는 효스폭포가 있는 전망대에 도착을 했다. 이곳에서 5분간 정차하면서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졌고, 우비를 뒤집어쓰고 실컷 폭포를 봤던 나는 출발하겠다는 휘슬이 울리자 열차 안으로 들어왔고 열차는 곧 출발했다. 그때까지는 몰랐었다. 전설의 요정 훌드라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TV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갔던 피오르드 투어 루트가 나왔고, 반가웠던 효스폭포도 봤다. 그런데 TV에선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효스폭포 산 중턱에 어떤 여자가 등장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바로 전설의 요정 훌드라였다. 훌드라는 어느 날 밤 신비한 음악소리와 함께 나타나 목동들을 유혹하고, 그를 따라갔던 목동들은 양으로 변해 훌드라와 함께 사라졌다는 전설에 대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내가 효스폭포를 구경 갔을 땐 그런 훌드라 요정을 못 봤었는데, 이런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훌드라 요정이 보고 싶어 졌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엄마와 함께 소수 패키지 노르웨이 트레킹 여행을 계획했고, 그 트레킹 여행 프로그램에는 트레킹이 끝난 후 피오르드 투어에 대한 일정이 있었다. 내가 전에 갔던 플롬, 뮈르달로의 산악열차를 타는 일정이 있었고, 당연히 효스폭포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전설의 요정 훌드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껏 기대에 부풀었고 대망의 그날이 왔다. 플롬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출발해 뮈르달로 이동했고, 다시 플롬으로 돌아갔다. 이날도 역시 날씨가 흐렸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안개가 자욱한 효스폭포에 도착을 했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웅장했던 물줄기는 역시나 인상적이었다. 훌드라를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나는 오늘도 역시 아닌가 보다 하던 와중에 갑자기 음악소리가 들렸다. 한 여인이 나와 안갯속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설의 요정 훌드라를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던 점이 신기했다. 안갯속이었지만 그래서 더욱더 몽환적이었던 훌드라 요정이 그 순간만큼은 좋았다. 날씨가 좋지 않아 사진에 잘 나오진 않았지만 내 눈에 담았고, 그때 그 훌드라 요정을 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효스폭포 산 중턱에서 춤을 추고 있는 여인들은 노르웨이 발레스쿨의 학생들로 알려져 있다는데 관광객들을 위해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서 더 큰 즐거움이었다.
훌드라 요정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