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서 첫날, 내가 갔던 관광지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 바로 독수리 전망대였다. 독수리 전망대까지도 물론 걸어서 갈 수 있었지만, 걷는 걸 좋아하는 나도 이곳만큼은 이곳의 특별한 교통수단인 푸니쿨료르(케이블카)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곧 운행 마감시간이 다가오는 푸니쿨료르를 타러 가는 시간은 빠듯했다. 처음 보는 거리에 설레랴, 눈에 담으랴, 사진 찍으랴. 함께 걷던 동생이 재촉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겨우 푸니쿨료르 승강장에 마감시간 직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니쿨료르를 딱 보자마자 멋스러운 케이블카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분위기와 감성을 좋아하는 내게 딱 맞는 광경이었어서. 어딘지 모르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인기 교통수단인 트램과도 묘하게 닮은 듯한 모습이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트램을 타봤던 나는 반가웠다. 실제로 푸니쿨료르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인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극동의 샌프란시스코를 꿈꾸며 케이블카를 만들었다고 하니 더욱더 고개가 끄덕여졌다. 푸니쿨료르를 타고 목적지인 독수리 전망대까지 가는 데에는 우리나라 돈으로 단돈 280원이었다.
덜커덕, 푸니쿨료르가 출발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바닷가 풍경이 너무 멋졌다. 푸니쿨료르 정거장은 감옥에 갇힌 듯 답답했는데 나오자마자 비치는 바다 풍경은 가히 예술이었다.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푸니쿨료르는 충분히 280원의 값어치를 했다. 아니 그걸 뛰어넘었다. 우리에게 옛날 감성을 선물해주었고,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탁 트인 풍경을 선물해주었고, 우리를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안내해주었다. 280원으로 이렇게 멋진 낭만을 즐기다니!
다음에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를 가게 된다면, 독수리 전망대를 꼭 보러 갈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라도 독수리 전망대를 올라가는 길에는 꼭 푸니쿨료르를 이용할 것이다. 단 돈 280원짜리 낭만을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