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달리고 있어. 저마다의 속도로.
빠른 사람은 빠르게, 느린 사람은 느리게.
중요한 건, 어쨌든 달리고 있다는 거야. “
”시작이 반이다. “라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볼 것이라는 말이겠지. 요즘 달리기(러닝)이 대세다. 대세에 내가 빠질 수 없지. 나도 올해 러닝유행전선에 뛰어들었다.
내가 러닝을 시작한 건 올해 초였다. 그리고 처음 마라톤을 나가게 된 건 5월이었다. 마라톤 10킬로미터를 처음 뛴 것 치고 나름(?) 기록이 나쁘지 않게 나왔었다. 그래서 6월에 두 번째 마라톤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6월 초만 해도 달리기에는 더웠다. 완주를 하긴 했지만 처음 멋모르고 도전했던 5월의 패기는 어디 가고 처음 도전했던 때보다 6분이나 늦게 들어오며 처참히 무너졌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만났다.
달리기, 마라톤과 관련된 책이라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을 펼쳐보니 마라톤에서의 과정들이 생생히 담겨 있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고 첫 번째 마라톤 기록보다 두 번째 마라톤 기록이 떨어지게 되면서 기록단축의 욕심이 생겼었는데 9월 초에 세 번째 마라톤을 뛰면서 알았다. 기록을 경신하려 신경을 쓸수록 더 기록은 멀어져 갔다.
“너에겐 너의 속도가 있다는 것.
좀 늦으면 어때. 잠시 쉬어가면 어때.
이미 달리기 시작한 걸, 지금 달리고 있는 걸. “
그랬다. 좀 늦으면 어떠한가. 나는 나만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건데. 이 책은 기록 단축에 신경 쓰고, 다른 사람들 달리는 데에 신경 썼던 나에게 큰 응원과 위로가 된 그림책이었다.
‘ 그래, 기록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나만의 속도로 뛰어보자!’
라고 결심하고 얼마 전 10킬로미터 달리기를 완주했다. 기록은 이전 마라톤보다 10분 단축하면서 올해 가장 빨리 달린 기록이 되었다. 뿌듯했다.
이 그림책이 더 좋은 건 달리기를 소재로 우리는 인생을 저마다 각기 다른 삶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빠른 사람은 빠르게, 느린 사람은 느리게.”
달리기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의 속도를 응원해 주는,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느라 마음이 바쁜 내게도 한결같은 격려를 보내주고 있는 것 같아 이 책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