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연습 그리고 아빠의 걱정
한국의 고3 수험생이었다면 대부분 수능시험이 끝나고 대학교에 입학하기까지의 시간 동안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마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었다. 필기시험부터 기능시험, 도로주행까지 한국에서는 일사천리로 운전면허 시험에 한 번에 합격을 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 이모가 있는 미국 서부에 중소도시인 얼바인이란 곳으로 어학연수를 가게 됐다. 그곳은 대중교통이 한국에서처럼 발달하지 않아 버스가 있어도 한 시간에 한번 다니는 그런 동네였다. 이모집에서 어학연수를 등록한 어학원까지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운전을 해서 다녀야 했다. 이모가 이곳에 오면 차는 제공해 줄 테니 운전연습을 한국에서 충분히 하고 오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비록 운전경력이 얼마 안 됐었지만, 주말마다 아빠 덕분에 운전을 했던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일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행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러나 주행만 할 수는 없는 터. 주행을 한다면 주차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워낙에 방향치고, 공간감각능력도 없던지라 주행 실력에 비해 주차 실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주차를 잘하지 못했던 나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기 전 주차를 향한 특훈을 아빠와 했다.
2시간 동안 집 근처에 있는 공터에 차를 운전을 하여 주차를 위한 후진 연습을 했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서 아빠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아빠는 저녁을 드시면서 술을 한잔 기울이시더니 내게 조용히 말씀하셨다.
"꼭 운전해야겠냐......? 아빠는 네가 너무 걱정돼서 네가 거기 가서 운전을 안 했으면 좋겠구나"
나의 후진 실력을 보신 아빠가 어지간히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었다. 주행은 걱정이 안 되지만, 주차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솔직히 운전을 안 했으면 한다고도 말씀하셨다.
"그곳은 운전이 꼭 필요하데요. 그래서 해야 된다고 들었어요. 걱정 안 하시게 가서 조심히 잘할게요"라고 나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으로 떠났다. 아빠의 걱정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