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여잘하못(여행을 잘 하지 못했던) 시절에 2층 빨간 버스를 타보고 싶다는 그런 꿈과 로망이 있었다. 사진으로나, TV에서 봤을 때 새빨간 2층 버스는 풍경과 어우러져 참 탐스러워 보였다. 그때부터 나는 보기만 해도 새빨간 2층 버스를 타보기 위해 빨간색 2층 버스로 유명한 영국 런던으로의 여행을 꿈꿔왔었다. 그런데 많은 나라, 도시로 여행을 다니면서 2층 빨간 버스는 꼭 영국에서만 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얼마든지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새빨간 2층 버스를 타보는 일은 나에게는 쉽지만은 않았었다.
한 번은 친구와 뉴욕 여행을 갔을 때였다. 뉴욕의 거리를 걸으면서 우린 종종 빨간색 2층 버스를 만났다. 그때마다 나는 친구에게 "우리 저거 타보자!"라고 외쳤지만, 친구는 저걸 뭐하러 타보냐며 만류했다. 그 친구는 다른 여행지에서 이미 타봤던 터라 나에게는 그때 그 말이 큰 상처였다. 물론 뉴욕에는 다른 매력이 많았지만.
남편과 결혼하기 전, 연애할 때 우리는 첫 해외여행으로 홍콩을 갔다. 이 여행은 남편의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홍콩은 영국의 오랜 지배를 받았던 곳이었기에 도시가 참 세련됐었다. 역시나 그곳에는 빨간 2층 버스가 있었고, 나와 남편은 그걸 타보기로 계획하고 바우처까지 예약해서 갔었다. 홍콩 공항에 도착했는데, 홍콩에 살고 있던 친구가 마중 나와 있었고 반가운 마음에 정신이 없었나보다. 나는 그만 바우처를 실제 표로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었다.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2층 빨간 버스를 향한 로망이 실현되는 건가 했었는데 아쉬웠지만 내 잘못이었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으로 타보지 못한 2층 빨간 버스를 향한 아쉬움을 달랬다.
아주 새빨간 2층 버스는 아니었지만, 드디어 나의 2층 빨간 버스를 향한 로망이 실현되었다. 몇 년 전 갔던 라스베이거스에서. 크리스마스에 휴가를 내고 이모가 살고 있는 미국 서부로 놀러 갔다. 함께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갔는데 빨간색 2층 버스를 타고 싶다는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헤아려주었던 것일까. 나는 2층 버스는 뭐니 뭐니 해도 바깥의 공기를 그대로 즐겨야 한다며 추운 겨울이었지만 2층 바깥에 앉았다. 역시나 겨울이라 그랬는지 2층 버스의 2층은 너무 추웠고, 버스가 달릴수록 찬바람이 얼굴을 강타했다. 로망은 실현됐지만,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나의 여잘하못(여행을 잘하지 못했던) 시절의 로망 기였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는만큼 맑고 화창한 날씨에 다시 한번 타보고 싶다. 다시 빨간색 2층 버스를 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처음 빨간 버스에 대한 로망을 품었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인 영국 런던으로의 여행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