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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나 어려웠던 미국에서의 운전면허(3)

필기시험 합격 그리고 1차 기능 및 주행시험

by 방구석여행자

필기시험은 어렵지 않게 합격했다. 나를 시험장까지 데려다주었던 이모도 수고가 많았다며 이제 실기시험을 준비하자고 격려해주었다. 필기시험을 합격하면 임시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는데 이 임시운전면허증은 세 달의 유효기간이 있다. 세 달 안에 기능시험을 합격해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이모는 마음이 조급했는지 한국에서 운전했던 경험도 있으니 차를 가져와서 다음날 바로 기능시험 접수를 하자고 했다. 필기시험도 두려웠는데 실기시험은 더 떨렸다. 이모는 쉽다고 한국에서도 운전했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장롱면허였던 이모도 한 번에 붙었다며 옆에서 말을 해주었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의 운전경험이 전무한 나는 그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겠지, 한국에서 하던 대로 똑같이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다음날 다시 면허시험장인 DMV로 이모와 향했다.

이번엔 이모 차가 아닌 내 차로 운전해서 갔다. 실기시험 접수를 했는데 이번에는 합격하게 되면 운전면허증에 넣을 사진도 찍었다. 면허증 만드는 사진을 하늘색 배경화면에 서서 바로 즉석에서 찍었다. 꼭 배우들의 포토월 사진을 찍을 때의 기분일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고 나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내가 호명되고, 차를 운전해서 감독관을 기다렸다. 그리고 첫 번째 감독관을 만났고 숨을 죽이며 운전 시험 주행을 시작했다.

운전 시험, 우리나라로 따지면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이 합쳐진 개념이었다. 운전하러 시내로 나가기 전 기본 기능에 대해 물었다. 이 기본 기능을 틀리면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실격처리가 되는데 기본 기능은 다행히 다 맞았다. 본격적으로 주행시험이 시작되었다. 감독관과 같이 시내를 운전하며, 감독관이 시키는 대로 운전해서 15개 미만 틀리면 합격이었다.
내 차에 타셨던 감독관은 할아버지 연세 정도 되시는 인상이 인자하신 분이었다. 침착하게 잘하면 한 번에 합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손에 땀을 쥐고 시키는 대로 운전을 착착 진행했다. 좌회전, 우회전, 정지선에서 멈춤, 평행주차 등등 착착해나갔다. 거의 끝이 보였다. 한 번에 붙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긴장이 풀렸던 것일까. 모든 기능 및 주행테스트를 통과 후 합격통지를 받으려고 DMV로 돌아가던 찰나에 좌회전에서 1차선에 정지해있었으면 1차선으로 좌회전을 했어야 했는데 2차선으로 좌회전을 해버렸고 나는 결국 첫 번째 기능 및 주행 시험에 불합격했다. 나중에 이모와 말해보니 한 번에 붙을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직 임시면허증의 기한이 남아있고,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연습해서 다시 시험을 보자고 이야기했다. 학교 가기 전에 꼭 따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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