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기능 및 주행시험, 얘들아 잠시 멈춰줘
자꾸만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내 미국에서의 운전면허시험. 필기는 가볍게 합격하여 스타트가 좋았으나 기능 및 주행시험의 관문이 왜 이렇게 힘든지, 이렇게 힘들 줄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어언 3차까지 와버린 시험. 시간 끌지 말고 빨리빨리 시험을 접수하고 보라고 다그쳤던 이모. 필기시험 1번에 총 3번의 주행시험 기회가 있고, 3번의 주행시험에서 모두 불합격이면 다시 필기시험부터 치러야 했다. 나는 이미 2번이나 떨어져서인지 첫 번째 두 번째 시험을 앞두고는 잘하면 되겠지 하고 자신감이 있었던 때와 달리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된 세 번째 시험을 앞두고는 덜컥 겁이 나서 마음이 앞서지 못했다. 시험도 보지 말고, 임시운전면허증으로 버텨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세 번째 시험을 접수했다. 이번에는 젊은 남자 감독관분이 내 차의 옆자리에 타셨다. 역시나 주행하기 전 기본 기능 테스트는 무난하게 통과했다. 제발 운전 주행만 '잘해보자, 잘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운전을 했다. 좌회전, 우회전 그리고 멈춤 사인. 정지선 앞에서 멈춰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멈춤 사인 앞에 서있었다. 그 아이들이 혹시라도 건널까 싶어서 조금 앞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아이들이 건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설마 건너겠나 싶어서 다시 출발을 했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얘들아, 제발 잠시 멈춰줘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이 건너는 와중에 차를 운전하는 건 필기시험 공부를 했을 때부터 당연히 안 되는 행동이라는 걸 알았고, 아무리 살살 운전했다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망했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내 생각은 적중했다. 옆에 앉아있던 감독관은 "DMV로 다시 돌아가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시험 중간에 DMV로 다시 돌아가자고 말하는 건 불합격이나 다름없다고 이모가 귀띔을 해줬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렇게 세 번째 시험도 불합격이 되어버렸다. 필기시험 1번에 3번의 기능 및 주행시험의 기회가 있었는데 설마 3번 안에 합격하겠지 했던 게 다 불합격이 되고 임시운전면허증까지 박탈되어 나는 결국 필기시험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