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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나 어려웠던 미국에서의 운전면허(6)

다시 처음부터 시작

by 방구석여행자

임시운전면허증 조차 사라져 버린, 세 번의 기회를 박탈당한 나는 미국에서 무면허가 되었다. 다시 필기시험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이모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온 뒤 운전시험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을 때, 나는 불합격했다고 이야기를 했고 이모는 듣고도 참담한 결과에 속상해했다. 아무리 속상해해도 나보다 더하진 않을 거라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필기시험 치를 때 확인했던 참고서를 훑어보았다. 이제 곧 어학연수 기간도 다가와서 등록해두었던 학교도 가야 했는데 걱정이 앞섰다. 처음에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만 해도 학교에 가기 전에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었는데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질 줄 몰랐었다. 게다가 이제는 무면허가 되었으니. 학교에 가기 전에 합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거라면 마음이 착잡했지만, '언젠가는 딸 수 있겠지'라고 마음을 편히 갖기로 생각했다.

다시 필기시험을 보러 DMV로 출발했다. 네 번째 가는 길이라 그런지 이제 DMV로 가는 길은 익숙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필기시험 접수를 진행했다. 필기시험은 접수하고 바로 볼 수 있었고, 학교 가기 전에 역시 필기시험은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3개월짜리 임시운전면허증을 받았다. 처음에 도전했던 그때 그 자신감과 패기는 온데간데 사라졌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어차피 1년 있을 건데 필기시험만 붙어서 임시운전면허증으로 버텨볼까 라는 생각도 들만큼 나에게는 정말 어렵고도 힘든 주행시험이었다. 기능 및 주행시험을 다시 봐야 했는데 또 탈락의 고베를 마시게 될까 봐 겁이 나서 차마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학교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먼저 공부를 하고 있던 다른 한국인들을 만났다. 얼마 후 나는 그들과 친해졌고, 자연스레 운전면허 시험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들은 원래 보던 DMV로 가지 말고, 다른 DMV로 가보는 건 어떻겠냐고 일러주었다. 그곳은 합격률이 높다고 하여 너도나도 거기서 시험을 봤는데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추천을 해주었다. 나는 그분들의 말을 믿고, 학교가 일찍 끝났던 날 원래 가던 DMV가 아닌 다른 곳으로 네 번째 주행시험을 보러 찾아갔다. 이번엔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겠지 라고 기대하면서. 그곳은 바로 라구나 힐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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