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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나 어려웠던 미국에서의 운전면허​(7)

새로운 DMV에서 치른 네 번째 주행 시험

by 방구석여행자

어학연수 동료분들에게 추천받은 새로운 면허시험장인 라구나 힐즈.


그곳은 집에서부터 차로 20분-3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처음에 갔던 DMV와는 다르게 여기 DMV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합격률이 높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서인지 나 같은 사람도 붙을 수 있겠다 라는 부푼 희망을 가지고 임시운전면허증을 들고 주행시험을 접수하러 갔다. 라구나 힐즈 DMV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다행히 접수하자마자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옆자리에는 젊은 남자 감독관이 동승했었는데 기본 기능은 역시나 가볍게 넘어갔고,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주행을 시작했다. 익숙했던 길이 아니었던지라 다시 처음부터 길을 익혀야 해서 운전하는데 어려웠다. 감독관의 지시대로 좌회전, 우회전 그리고 정지 표지판에서 멈추고 있었다. 정지 표지판에서 멈추고 있었는데 먼발치에서 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멀리서 달려오는 차를 보면서 출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찰나의 순간에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했지만, 가도 괜찮겠지 싶어서 출발을 했다. 그런데 옆자리에 타고 있던 감독관이 갑자기 나를 나무라며 우리가 운이 좋아서 살 수 있었던 거지 잘못했으면 죽을 뻔했다고 화를 냈다. 출발해도 괜찮겠지 라는 나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겠다 라는 경각심을 다시 한번 느꼈었다. 나는 결국 또다시 DMV로 돌아가게 되었다.


세 번째 주행시험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 당시에도 아이들이 건널까 말까 고민하며 기다렸다가 주행을 했을 때 아이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금만 더 기다릴걸 하고 후회를 했던 적이 있었다. 이번 시험에서도 차가 지나갈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릴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뒤늦게 후회해야 소용이 없었다. 결국 네 번째 주행시험도 나는 탈락의 고베를 마셨다.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합격의 기대감을 안고 운전해서 왔던 낯선 곳에서의 DMV 주행시험. 이곳의 합격율이 높았던 이유는 아마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해보면서 나는 다시 씁쓸하게 다섯 번째 주행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나는 과연 다섯 번째 주행시험은 합격할 수 있을까? 내 운전실력이 점점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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