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교묘한 싸움의 끝.

by 방구석여행자

물론 회사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면접보고 난 뒤 내가 입사하기 전에 빨리 와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수없이 들었었고, 사람이 없어서 다급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었다. 그래서 즉시 전력감을 뽑는다고 뽑았는데 임신으로 인해 공백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고, 게다가 출산휴가 3개월뿐만 아니라 1년의 육아휴직까지 입사하자마자 요청한다면 내가 회사 부서장이어도 내키지 않는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직장인이기 전에 엄마였다. 아이를 돌까지는 내 품에 끼고 싶었던 그런 엄마였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무조건 써야 할 것 같다고 회사에 요구를 했었다. 회사는 안될 것 같다고 하였고, 나는 육아휴직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며칠 동안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육아휴직이 없다는 회사.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한 아이의 엄마로서는 싫었다. 그렇게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의 나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갑자기 전무님이 내게 제안을 하셨다.

"오대리, 우리가 1년은 회사 사정상 안될 것 같고, 3개월은 어때?"

회사도 인력 없는 살림에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노력이 성에 찰 리 없었다.

'12개월에서 3개월만 쉬라고?'

핏덩이 같은 아기를 두고 회사를 나와야 할 생각을 하니 아니다 싶었다. 회사에서 생각해주신 건 알겠지만, 저도 3개월은 부족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1년은 너무 길고,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냐고 하길래 나도 양보를 했다. 회사를 계속 꾸준히 다녀야 하긴 하니까.

"그럼 6개월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그 후 며칠 뒤 전무님은 또다시 내게 제안을 하셨다.


"혹시 6개월인데, 4개월 먼저 쉬고 상황에 따라 2개월 나중에 쉬는 건 어때?"


물론 앞에서도 말했듯이 회사 입장이 이해가 안 간 건 아니었지만,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아기가 생긴 건 축하할 일이라고 하셨지만, 이쯤 되면 진심으로 축하를 하는 건지도 의심스러웠고, 아기를 상대로 기간을 계속 흥정하는 것에 나도 점점 지쳐갔다. 전무님의 제안이 성에 차진 않았지만,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었고 당장 다른 대안이 없었다. 임신한 채로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돈은 계속 벌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나는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했다.


전무님은 그 즉시 사장님과 이야기해보겠다고 하셨고,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전무님의 호출이 있으셨다. 전무님은 사장님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라고 하셨다고 이야기했다. 그로서 나는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6개월 총 9개월의 아기와의 시간이 있었다. 뱃속의 아기를 상대로 이렇게 싸우고 흥정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씁쓸했지만, 그래도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출근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 다행이었다. 그렇게 육아휴직에 대한 교묘한 신경전을 끝내고 새 직장에서 일에 집중해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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