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에 관련한 회사 측의 지원에 대한 확답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일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팀장님이 있으셨어서 그런지 회사에도 그렇고 업무에도 빠르게 적응해나갈 수 있었다. 다니던 회사에서 일이 없는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너무 심심했었는데 이직을 하고 차근차근 부장님이 해주시는 인수인계를 받다 보니 이곳에서 내가 진정 필요했다는 걸 느꼈고, 오랜만에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임신 초기라서 그랬는지 홀몸일 때와 다를 바 없이 적응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적응해가던 어느 날, 부장님은 다른 사이트에서 8개월 정도의 상주 프로젝트를 맡게 되셨고, 하고 계시던 다른 유지보수업무가 올 스톱되셨다. 그래서 그런 부장님의 업무를 고스란히 내가 다 떠안게 되었다. 나는 단지 부장님이 인수인계를 해주시던 이유가 비상시에 투입하기 위한 비상구 같은 백업 엔지니어 역할로 생각했었는데 그때 아차 싶었었다. 부장님이 급하게 인수인계를 해주셨던 이유를.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주로 하는 업무가 하나의 사이트에 상주해서 업무를 진행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다 보니 월 1회 정기점검을 가곤 했는데 월 1회 정기점검을 방문해서 시스템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시스템 점검을 해보는 걸로는 그 사이트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았다고 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부장님이 잘 이끄시고, 맡으셨던 사이트를 갑자기 내가 맡게 되다 보니
'회사에 누가 되면 안 된다, 부장님만큼 나도 완벽해야 된다'라는 책임감과 중압감에 휩쓸리게 되었고 이는 고스란히 임신과 맞물려 집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었고, 남편에게 화와 짜증도 많이 내곤 했었다.
배가 점점 불러오고, 여기저기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부장님이 했던 역할을 대리인 내가 몇 개씩 몸빵을 하고 있을 때 사이트 위치에 따라 인천을 가기도 했고, 수원을 가기도 했고, 구리를 가기도 했고, 서울을 가기도 했었다. 마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홍길동이 연상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부장님을 대신하여 회의를 다녔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도 드리면서 작업도 진행을 했고, 프로젝트도 진행을 했었다. 원래 다 부장님이 하시기로 했던 프로젝트였는데 부장님의 몸은 하나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본의 아니게 내가 진행을 하면서 잘 해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불현듯 이직을 했던 이유에 대한 생각이 스쳤었다.
나는 이 회사에 입사할 때 분명히 살고 있는 거주지인 인천과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온 게 가장 첫 번째 이유였었는데 무슨 이유로 이렇게 되었을까 싶었었다.
내 완벽주의가 낳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원망도 하게 되었고, 이직을 후회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