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TV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것도 어렴풋이 들어봤던 것 같다.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때론 스트레스받고, 힘들 때면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난처한 상황이 생기면 많이 웃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보니 꼭 웃는 게 답이 아닐 때도 있었다. 오히려 웃는 게 독으로 다가왔던 때가 있었다.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을 때의 일이었다.
친구와 뉴욕 여행을 갔었던 나는 뉴욕의 최대 번화가로 손꼽히는 타임스퀘어의 거리를 배회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던 도시 어바인은 한적한 도시였고, 상점이나 놀이공원도 뉴욕에서만큼 번화가는 아니었기에 미국에서의 이런 번화함은 생소했었다. 그렇게 신기함에 구경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길거리에 낯익은 캐릭터 인형이 눈에 띄었다. 어렸을 적 TV에서 봤던 엘모였다. 엘모 인형이 걸어 다니면서 조용히 지나가던 나를 툭툭 건드리며 아는 척을 했다. 나는 한국의 놀이동산에서처럼 한번 웃어주고 지나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가오면서 사진을 찍자고 하길래 별 뜻 없이 흔쾌히 응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진을 다 찍고 가던 길을 가려하는데 돌변하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팁을 달라는 소리였다. 귀여웠던 엘모 인형이 순식간에 친구에서 적이 된 것만 같았다. 엘모 인형이 내게 서비스로 다가왔듯 나도 서비스로 웃어 보였던 것뿐이었는데. 갑자기 돈을 달라고 하다니. 황당 그 자체였다. 나는 한국에서처럼 한번 웃어주고 돌아서서 내 갈길을 가려했었다. 그러나 엘모 인형은 나를 계속 따라왔고, 결국 나는 나보다 더 오래 있던 유학생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고 돈을 건네주고 돌아섰다. 그러고 나서 나는 집에 와서 찾아보았다. 내가 그 자리에서 돈을 건네줘야 했던 이유를. 그리고 그 날 이후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웃어주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그로부터 몇 달 뒤 친구들과 함께 영화의 도시 할리우드를 놀러 가게 되었다. 할리우드도 뉴욕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 복잡하고 번화했었다. 친구들과 나는 할리우드의 번화함 속에서 서로 엇갈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명물인 명예의 거리를 걷다가 그 한복판에서 알루미늄 색으로 몸 전체를 색칠한 춤추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너무 신기해서 길을 가다가 멈추고 그 사람의 춤추는 모습, 움직임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쳐다보며 서비스 미소를 날리자 나도 따라 웃었는데 웃으면서 갑자기 정신이 번쩍 뜨였다. 이곳에서는 한국과는 다르게 함부로 웃어주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간혹 낯설거나 어색한 상황에 들이닥치면 종종 웃음으로 무마하고자 한다. 그런데 여행을 다니면서 때때로 그러면 안 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웃음이 많은 게 분명 나쁜 건 아니지만, 간혹 필요한 상황에서만 웃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