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 느낌이 달랐던 빈티지의 끝판왕 동묘시장

by 방구석여행자

평소 토요일 저녁이면 놀라운 토요일이라는 노래를 듣고 여러 연예인 패널들이 가사를 맞추는 게임을 즐겨봤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하면 각 지역의 시장의 먹거리를 소개해주는 부분도 쏠쏠하게 봤었는데 그중 꽤 오래전에 나왔던 동대문의 파 돈가스가 갑자기 생각이 나 먹으러 갔었다. 파 돈가스를 먹고 나서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긴 아쉬웠다.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얼마 걸어가지 않아 빈티지의 끝판왕인 동묘시장을 가보았다.

동묘시장이 어딘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길을 쭉 걸어가다 보면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어수선한 분위기의 그곳, 그곳이 바로 동묘시장이었다. 빈티지의 끝판왕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그랬는지 많은 어르신들을 위한 골동품도 팔고 있었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뽕짝 노래, 라디오 등등도 팔고 있었다. 또 헌책방, 옛날 과자, 식기, 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품들이 가득했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연예인, 셀럽들도 가끔 옷 사러 온다고 할 만큼 빈티지 옷가게들도 많이 있었다. TV를 통해서 연예인들이 빈티지 옷을 이곳 동묘시장에서 많이 샀었던 만큼 빈티지 옷가게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었다. 막상 들여다봤을 때 처음에는 실망스러웠다.


'뭐지...? 그냥 헌 옷 파는 거 아닌가'


빈티지를 사전에서 검색해보면 낡고 오래된 것이라고 나온다. 빈티지 옷가게에서 파는 옷을 보면 색은 빛이 바랬고, 그래도 손님에게 파는 옷인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묘시장을 처음 갔던 기념으로 나도 옷 한 벌 사 오고 싶었는데 좀 괜찮은 게 있는가 싶으면 주인장이 가게를 비워 오늘은 날이 아닌가 하고 열심히 아이쇼핑을 했다. 메인 거리를 구경하고 나서 그냥 가기 아쉬워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봤었다.

그 와중에 어느 한 가게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발견했는데 지갑을 열기까지는 고민스러웠다. 아무래도 빈티지라는 낡고 오래된 것이라는 사전적인 의미 때문인지 지갑에 자꾸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들려오던 옷가게 주인의 한마디.


"언니, 그거 5천 원에 가져가요!"


솔깃했다.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옷가게 주인이 한마디 더 한다.


"언니 솔깃하죠?"


단숨에 입어보겠다고 했다. 입어봤는데 핏이 괜찮았다. 드디어 내 지갑도 열렸고, 동묘시장에 대한 내 마음도 열렸다. 갑자기 연예인들이 TV에 나와서 했던 말이 머리에 스쳤다.

"동묘시장에서 잘 고르면 원하는 옷을 정말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던 말. 그 말이 실감이 났다. 그리고 기분 좋게 옷을 사고 나오려던 찰나 빈티지 옷가게에 있어야 할 옷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깔끔한 옷이 하나 있었다. 그 옷도 과감하게 살까 싶어 입어봤었지만 팔이 조금 끼기도 했고 빈티지 옷가게에서 치고는 가격대가 좀 있는 것 같아 그냥 빠져나왔다. 그러고 나서 한 바퀴를 더 돌아다녔더니 동묘시장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충격으로 보였던 옷을 뒤적이며 살 옷이 있을까 했던 생각들이 자세히 들춰서 보니 꽤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도 옷을 들춰보고 있었다. 이게 바로 동묘시장의 매력이 아닐까 싶었고 그 매력을 이제라도 알게 되니 구경하는 게 신기하고 더 재밌었다.

처음에 딱 동묘시장을 갔을 때는 내가 여기 또 올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한 바퀴 더 구경하니 정말 시간을 갖고 원하는 옷이든 물건이든 구경해서 잘 고른다면 일반 가게에서는 살 수 없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았다. 돈가스를 먹을 때 식당에 아이를 데려온 엄마 손님들이 더러 있었는데 오늘은 비록 혼자 왔지만 아이와 같이 와서 맛있는 돈가스도 같이 먹고 동묘시장을 데려가서 골동품 구경도 하고 책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경제관념도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잘 골라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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