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놀고 있던 나를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다. 휴가를 낸 남편과 무얼 할지 설렜던 와중에 파주에 있는 유명한 카페가 생각나 파주를 가자고 했었고 남편도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회사 동료가 추천해준 레스토랑이라나 뭐라나. 스테이크도 먹고 싶었던 나는 기존 계획을 살짝 바꿔 카페를 아침에 일찍 가기로 했고 아웃렛에서 쇼핑을 한 뒤늦은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자고 했다. 남편도 나의 제안에 오케이를 했고, 예약을 했다고 했다. 남편이 얼마나 기가 막힌 레스토랑을 예약을 했으면 레스토랑 이름 좀 말해달라고 했더니 서프라이즈라며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다. 남편은 레스토랑 이름을 말해주면 내가 찾아볼 것 같다고 그건 서프라이즈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 더 궁금해졌다.
아웃렛에서 쇼핑을 마치고 쇼핑을 너무 열정적으로 했었는지 배가 고팠다. 예약된 시간보다 일찍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남편이 처음 간 레스토랑이라 그랬는지 목적지를 지척에 두고도 운전하면서 조금 헤매었었다. 헤매고 있는 남편을 돕고자 레스토랑을 같이 찾아보기 위해 레스토랑의 이름을 말해달라고 했는데도 도무지 말해주지 않았다. 조금 답답했지만 서프라이즈라는 남편의 말에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 나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은 레스토랑에 도착을 했다.
'엥? 그런데 웬 컨테이너 건물이지?'
처음에 딱 봤을 때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어딜 봐서 레스토랑이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옛날에 결혼하기 전에 가족들과 비닐하우스 오리주물럭 식당을 가봤던 적이 있어 그런 고기를 구워 먹는 정육식당인가 싶었다. 그런데 팻말을 보니 브런치도 있단다. 의아했던 정체불명의 건물. 자동문의 버튼을 누르자마자 입이 딱 하고 벌어졌다.
컨테이너 건물의 외관을 봤을 때는 감흥이 없었는데 문이 열리니 이렇게 번쩍번쩍할 수가. 입이 딱 벌어진 내 모습을 봤던 남편은 흐뭇하게 나를 쳐다보며 연신 "놀랐지?", "놀랐지?" 하고 물었다. 평일이었고, 늦은 점심시간이라 그랬는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우리가 앉고 싶은 자리를 선택해서 앉을 수 있었던 점도 마음에 들었다. 유럽풍 인테리어와 곳곳에 초상화 그림들이 정말 취향저격이었다. 고기 러버인 우리 부부는 둘 다 스테이크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채소가 푸짐하게 있는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라구와 트러플 버섯이 올라가 있는 부르스케타가 각각 애피타이저로 나왔다. 샐러드와 라구가 올려져 있는 부르스케타를 먼저 맛보았는데 부르스케타가 따뜻하고 매콤해서 그랬는지 풍미가 좋았었다. 먹는 속도가 느렸던 나는 트러플 버섯이 올려져 있는 부르스케타를 막 먹으려던 찰나에 스테이크가 나왔다. 메인 요리가 우선이지 않을까 해서 스테이크를 먼저 먹고 트러플 버섯이 올라간 부르스케타는 나중에 맛보기로 했다. 먼저 먹어본 남편은 트러플 버섯이 올라간 부르스케타도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데 빨리 좀 먹지 그랬냐고 타박을 했다. 스테이크는 고기가 연하고 굽기도 적당했다. 칼로 썰었을 때 잘 썰어지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남편도 만족해했다. 스테이크까지 다 먹고 나서 트러플 버섯이 올라가 있는 부르스케타를 집었는데 메인 요리를 먹고 배가 불렀는지 남편이 말했던 감동적인 맛은 나는 찾을 수 없었다. 좀 빨리 먹을걸 천천히 먹었던 내가 조금 한심스러웠다.
어찌 됐던 남편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남편이 말했던 대로 아마 레스토랑 이름을 미리 알았더라면 재미없었을 것 같았다. 컨테이너 건물에 이런 고급 인테리어 레스토랑이 있을 줄이야. 정말 반전의 반전이었던 레스토랑이었다. 이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해준 남편에게 고마웠다. 다음 기념일에도 또 오고 싶다고 남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