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들 때 에프터눈 티를 먹곤 해.

by 방구석여행자

지치고 힘들 때 우리는 달콤한 게 당긴다. 물론 나는 지치고 힘들지 않을 때도 늘 먹고 싶어서 문제다.

어느 날 우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은 1도 없던, 눈길 한번 안 주고 지나쳤던 카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카페의 주요 디저트가 내가 좋아하는 에프터눈 티 세트라는 걸 알게 된다면? 저절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에프터눈 티세트를 좋아하고 즐겨먹고는 싶어 하지만 기회가 잘 닿지 않아 가보지 못했었는데 동네 근처에 있다고 하니 잘됐다고 생각했다.


‘이 참에 한번 가보지 뭐.’


내게 처음 에프터눈 티세트를 영접해준 친구와 함께 찾아갔다. 그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에 에프터눈 티세트를 한턱내면서. 점심을 거하게 먹고 갔던지라 과연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조금 됐었다. 물론 먹을 수는 있었다. 살이 찐다는 게 문제였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잘 빠지지 않는 나잇살이 늘어나 걱정이었다. 그래도 밥을 먹었으니 디저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오락가락 내렸던 비를 맞으며 카페에 도착을 했다.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취향저격이었던 카페. 더군다나 사람이 많지 않아 오붓한 분위기가 더 우리를 그곳에 무르익게 했다.


“에프터눈 티 세트 주세요.”


“2단으로 드릴까요?, 3단으로 드릴까요?”


함께 간 친구와 상의를 했다. 당연히 3단만 있는 줄 알고 3단을 주문할 생각 했었는데 배가 좀 차있던 상태라 2단 이야기를 들으니 솔깃했다. 친구도 배가 약간 부른 상태여서 그랬는지 2단에 더 끌려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언제 또 이곳에 와볼까 싶어 난 3단으로 먹겠다고 했다. 애프터눈 티세트는 3단이지. 어차피 내가 내는 거니깐.


친구는 너 정말 다 먹을 수 있겠냐며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은 일도 아니었다. 살찌는 것에 대한 걱정만 없다면 음식을 먹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디저트다. 맛있는 건 무조건 들어가니깐. 그렇게 에프터눈 티세트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카페를 천천히 탐색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로 홍차로 유명한 나라 홍콩에서 먹었던 에프터눈 티세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몇 년 전 친구는 홍콩에서 직장을 다니느라 홍콩에 체류하고 있었다. 지금의 남편이 된 남자 친구와 홍콩을 놀러 갔었는데 친구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오기도 했고 우리의 여행에 가이드도 되어주었으며 마지막으로 에프터눈 티세트를 꼭 먹어보라고 P호텔을 추천해주기도 했었다. 그곳의 3단 에프터눈 티세트가 그렇게 맛있고 눈이 즐겁다나 뭐라나. 나와 취향이 비슷한 친구가 추천해주었던 곳이었던 만큼 꼭 가보고 싶었고, 여행의 마지막 날 다른 곳은 다 제쳐두고 P호텔로 달려갔다. 워낙 인기 있는 P호텔의 애프터눈 티 세트라 아마 사람이 많을 거라고 일찍 가서 기다려야 할 거라는 조언도 친구는 내게 잊지 않았었다. 친구의 말이 맞았었다. P호텔을 서둘러서 일찍 도착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앞서 온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아깝긴 했지만, 그만큼 먹어보고 싶었고, 눈이 즐거워보고 싶었던 간절함이 있었던 만큼 남자 친구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 가며 불굴의 의지로 기다렸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고, 자리에 앉았다. 과연 애프터눈 티세트는 처음 봤었는데 3단의 고급 트레이에 눈이 즐겁게 장식되어 나오니 뿅 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귀까지 간드러지게 해주는 고급 연주까지.


“마치 내가 공주가 된 기분이야. 호강하는 것 같아.”


유난히 단 음식을 먹으면 너무 달다고 소름 끼쳐하는 남편은 이 날 나 때문에 참 고생을 많이 했었다. 너무나 단 디저트들을 함께 먹어주느라 말이다.

이날 이후로 나는 힘들고 지쳐 당이 당길 때면 홍콩 P호텔의 애프터눈 티세트를 생각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쉽게 갈 수 없던 처지에 고개를 떨구곤 했었는데 이렇게 동네에 애프터눈 티세트를 접할 수 있는 카페가 생겨 자주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나를 애프터눈 티세트의 세계로, 눈호강의 세계로 발돋움을 시켜주었던 친구도 이곳 카페의 애프터눈 티세트 구성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했었다.

물론 디저트뿐만 아니라 홍차도 참 개운하고 맛있었다. 홀짝홀짝 마시다가 디저트보다 홍차가 더 빨리 줄어들기도 했었으니깐. 친구는 다음에는 다른 곳의 애프터눈 티세트도 먹어보자고 내게 제안을 했다. 친구가 제안한 그곳도 사뭇 기대가 된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 지치고 힘들어 단 게 당기게 되는 그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