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었지만 익숙해서 좋았던 계양산

by 방구석여행자

모처럼만에 생긴 여유.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좀이 쑤시는 나는 여유가 생긴 동안 무얼 하면 좋을지 리스트를 적어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좋아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등산을 했다. 내가 등산을 갔던 곳은 인천에서 강화도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산이라고 알려져 있는 계양산이었다.

계양산은 몇 년 전 퇴사하고 북유럽여행을 다녀와서 직장을 구하고 있었을 때도 엄마와 함께 등산을 했었고, 산을 좋아하는 아빠와 아빠에 등 떠밀려 함께 왔던 엄마와도 같이 종종 등산을 했었고, 지금의 남편인 남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도 몇 번 등산을 했었던 내게는 익숙하고도 친근한 산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로 몇 년 만에 찾았던 계양산은 누구나 산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이전보다 더 발전한 것 같았다. 길이 훨씬 오르기 수월하도록 계속 개발을 하는 것 같았고, 계양산성 둘레길을 위한 작업도 계속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매번 산을 오를 때마다 옆에 누군가가 있었지만 혼자 오르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혼자 오르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어서였는지 쓸쓸하다거나 외롭다거나 그러진 않았었다. 그래도 몇 번 가봤기 때문이었는지 서울에 있던 초행길의 산을 올랐을 때보다는 익숙했고, 방향을 몰라 겁이나 지도 않았으며 정상까지는 순식간에 오를 수 있었다. 인천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는지, 몇 번 올랐었기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역시 내 구역였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을 했다. 나는 정상파다. 역시 산에 오르면 정상은 갔다 와야지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그렇다. 아빠도 그러셔서 꼭 산을 오르면 정상을 갔다 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시는데 나도 그런 아빠를 닮은 듯싶다. 나는 정상에 올라 경치를 보면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목표를 이루었다는 희열감과 성취감 같은걸 느낄 수 있는 게 좋았다. 그러나 이날 정상에 도착해서 봤던 경치는 미세먼지 때문이었는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계양산은 인천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맑고 화창한 날이면 정상에서 서울 N타워뿐만 아니라 서울의 랜드마크 몇 군데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몰랐었다. 그런데 부모님과 함께 등산했었을 때 여느 때와 같이 정상을 올랐는데 갑자기 아빠가 한 곳을 가리켜 서울 N타워라고 이야기했었다. 처음에는 여기서 서울 N타워가 어떻게 보이냐며 반신반의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진짜 서울 N타워였고 인천에서도 서울의 모습이 보인다는 게 그저 신기했었다. 그때 추억을 생각하며 서울 N타워의 모습을 찾아보려 했으나 너무 뿌연 하늘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혼자 짧은 쉬는 시간을 마치고 하산을 했다. 역시나 하산은 어려웠기에 긴장하면서 내려와야 했다.

무사히 내려왔던 나는 오랜만에 피톤치드도 마음껏 마시고, 익숙했던 산을 등산하면서 추억도 되새겼던 계양산 등산이 좋았다. 혼자 내려오면서 내가 가고 싶은 길로 온전히 내려올 수 있던 것도 좋았다. 날씨가 화창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자주 느껴보고 싶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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