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여행자 Jun 09. 2021

남편과의 첫 여행(2)

강원도 속초에서의 둘째 날

여행에서의 이튿날이 밝았다. 여기저기 가고 싶은 역마살이  여자 친구 덕택에 남자 친구는  힘들었다. 같이 돌아다녀야 했으니까. 자동차가 없어 이동 수단마저 상당히 제한적이었던 우리는 그다지 효율적인 여행을 하지 못했었다. 속초를 오기  많은 장소를 리스트업을 했었으나 시간 관계상 그중에서도  군데만  선택해서 가야 했던 우리였다. 그래도 여행의 만족도는 높았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했었으니까.


그런 우리가 선택했던 곳은 영금정과 동명항.


먹는  좋아하는 우리 커플은 속초에 왔으니 유명한 대게를 먹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에 서로의 의견이 일치했었다. 역시 우리는 먹는  좋아하는 먹보 커플이었다. 그래서 동명항은 원래 가려던 참이었고,  주변에서 가까운 속초의 인기 명소인 영금정을 들르게 됐던 것이었다. 영금정은 크고 넓은 바위들이 깔려있어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 신묘한 율곡이 들려  소리를 신령한 거문고 소리와 같다는 데에서 유래한다고 하였다. 동명항에서 대게를 먹기  먼저 영금정부터 둘러보았다. 과연  이곳이 속초에서 설악산과 함께 인기 명소인지 알겠더라. 자연경관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바다도 보고, 정자도 올라가 보고 정자 위에서 경치도 바라본 뒤에 내려와서 동명항을 갔다. 동명항까지는 거리가 가까워 걸어가기에 충분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대게를 먹는 시간이었다. 살이   대게  마리와 게딱지에 쓱싹쓱싹 비벼 먹는 날치알 볶음밥은 맛있어서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런 경우를 바로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라고 말하는 건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대게를  먹고 나서 배부른 상태로 버스를 타고 속초 중앙 시장을 구경 갔다. 바로 속초중앙시장의 가장 유명한 닭강정이라고 소문난 만석 닭강정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대게로 배를 두둑하게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끼니가 떠올랐다. 여행의 마지막 밤은 역시 치맥이지 않겠냐는 그와 나였다. 버스를 타니 여행지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마치 여행이 아닌 동네 주민이   자연스럽게 동네를 탐방하는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 도착을 했다. 원래 우리의 시장 구경의 목적은 만석 닭강정을  오는  목표였으나 너무나 인기 있는 먹거리라는  잠시 잊고 있었다. 늦은 오후에 갔던 우리는 도저히  줄을 감당할  없었다. 아마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까지 먹고 싶진 않았다. 대게를 먹고 나니 배가 많이 불렀었나 보다. 우리 동네가 아닌 낯선 동네라 무서웠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기에는 우리   겁이 많았다.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빨리 숙소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했다.


처음 여행을 함께 와서 낯선 곳에 있다 보니 하늘 아래  뿐이란 생각이었는지 서로에게 더욱더 의지하게 되었고,  빨리 남자 친구가 편해질  있었다. 여행이란 실로 마법 같은 녀석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튿날도 마무리했다. 이제 다음날이면 우리  뿐이라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간다 생각하니 벌써 아쉬웠다. 이제 언제 다시 남자 친구와 여행을 오게   있을까.  기회를 호시탐탐 기다려본다.  엄마, 아빠에겐 미안하지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남편과의 첫 여행(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