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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10. 2021

안녕, 너는 누구니?

남편에게닥쳐온코드

연애를 시작한 지 4년이 채 안되었을 때 남편과 결혼을 했다. 그리고 현재 남편과 결혼한 지 만 3년이 안되었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좋을 땐 좋았고, 싸울 때는 극에 치닫는 그런 결혼생활을 하는 중이다. 신혼 초부터 의견이 안 맞으면 크게 싸우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아마 나였던 것 같다. 싸우면 어떻게든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려 했던 남편과는 달리 나는 화가 나면 불같이 화를 내는 다혈질에다가 상대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고, 오직 내 의견만 들어달라는 식의 독불장군 스타일이었다. 연애할 때는 잘 몰랐었지만 이러한 성향이 결혼하고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린 또 싸웠다. 서로 지치고 상처가 되는 말을 주고받는 것도 관심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쯤 나는 이젠 그냥 아예 말을 안 하고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말하면 또 서로에게 상처가 될 테니까. 그게 싫어서.


남편과는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게 그럭저럭 지내고 있었던 어느 날, 평소에 나는 집에 있는 컴퓨터를 잘 켜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컴퓨터를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는데 굳이 집에서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런데 그날따라 나는 왜 갑자기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켰을까. 뭐가 그리 급하다고.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 봐도 되는 것을. 그리고 인터넷 창을 켰는데, 처음 보는 코드가 검색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코드인지 검색해보았다. 검색해본 뒤 나는 그 코드명을 되뇌며 빨래를 개고 있던 남편을 재빨리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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