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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토요명화 오프닝 테마곡의 숨겨진 이야기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 Concierto de Aranjuez

정원에서 바라 본 아랑후에스 왕궁

혹시 토요명화를 기억하시나요? 토요명화는 KBS를 통해 1980년부터 2007년까지 방영되었던 영화 전문 프로그램입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청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한때 큰 인기를 구가하던 토요명화는 2000년대 들어 OCN 등 영화 전문 채널의 활성화, 멀티플렉스 극장의 등장,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웹하드의 보편화 등으로 인해 인기가 급격히 하락하며 결국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토요명화의 인기와 함께 오프닝 테마곡도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해졌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추억의 토요명화 오프닝 테마곡인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 Concierto de Aranjuez 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아랑후에스 왕궁의 회랑

아랑후에스 Aranjuez 는 마드리드 행정 구역인 Comunidad de Madrid에 위치한,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지역입니다. 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마드리드 근교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특히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톨레도와 세고비아와 달리 평온한 분위기 덕분에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랑후에스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 Joaquín Rodrigo (1901-1999)의 기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 Concierto de Aranjuez 이 발표된 이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운이 유럽 전역에 드리워지던 1939년에 작곡된 이 작품은 기타와 오케스트라의 절묘한 조화가 특징이며, 총 세 악장(Allegro con Spirito, Adagio, Allegro Gentile)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호아킨 로드리고의 대표작이자 스페인 역사상 최초의 기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인 이 곡은 1940년 11월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음악 궁전 Palacio de la Música Catalana 에서 바르셀로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었습니다.

왕자의 정원 Jardín del Príncipe 에 위치한 중국 연못 Estanque de los Chinescos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이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자 대중들은 이 곡에 많은 관심을 표했습니다. 이에 작곡가는 이 작품이 아랑후에스 왕궁 Palacio Real de Aranjuez 의 정원 Jardines de Aranjuez 에서 큰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다소 무거운 곡의 분위기로 인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추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악장 아다지오 Adagio 는 1937년 4월 스페인 내전 Guerra Civil Española 당시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Francisco Franco 와 나치 독일, 그리고 파시스트 이탈리아에 의해 자행된 게르니카 폭격 Bombardeo de Guernica 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추모곡이라는 대중적 믿음이 크게 득세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드리고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수년 동안 침묵을 지켰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로드리고의 아내는 자서전을 통해 2악장이 사실 부부가 아랑후에스에서 보냈던 신혼여행의 아름다운 추억과 첫 아이의 유산으로 인한 슬픔과 분노, 절망, 그리고 아픔의 극복을 표현한 일련의 서사라고 밝히며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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