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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The Kiss 는 경매에서 얼마에 낙찰될까?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 과의 단순비교를 통한 가벼운 추론

프롤로그

미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아무런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라도 이 작품 ‘키스 The Kiss (獨 Der Kuss)’를 어디선가 한 번쯤 본 적은 있을 겁니다. 그만큼 ‘키스’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유명한 작품이죠. 하지만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 Belvedere Museum 에 전시 되어 있는 실제 ‘키스’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해 왔던 그것들과 달리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눈부신 황금빛을 발산하며 전시실 전체를 화려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아마도 ‘키스’는 인류 역사상 사랑이란 주제가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지금부터 ‘키스'의 원작자인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와 이 작품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구스타프 클림트는 아르누보 Art Nouveau 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미술(예술)’이라는 프랑스어인데요. 이는 1890~1910년 사이 유럽과 미국에서 널리 유행한 미술 사조이며, 이 시기가 클림트의 전성기인 황금시대와 거의 일치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클림트의 황금시대의 백미인 ‘키스’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아르누보에 대한 이해가 선행 되어야 합니다.

알폰스 무하 Alphonse Mucha 의 조디악 Zodiac ⓒWIKIMEDIA COMMONS

아르누보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아르누보의 대표 작가인 알폰스 무하 Alphonse Mucha 의 작품을 보면, 아르누보 이전 작품들과 달리 피사체의 아름다움이 다소 과장 되어 있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아르누보의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의 모델이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작품 속 아름다운 여성에겐 언제나 화려한 장식이 함께 했죠. 이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남성 중심의 사회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선이자 화풍이었습니다.

이 시기 클림트의 작품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또한 여성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고 언제나 화려한 장식들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배가시켰습니다.


키스의 실제 모델은 누구일까?

미술 전문가 사이에서 ‘키스’의 두 주인공 중 남성이 클림트 자신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에 대해서는 현재도 논란이 있는데요. 그 이유는 클림트의 사생활이 워낙에 문란했고 주변엔 늘 여자들로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클림트는 작품의 여주인공뿐 아니라 ‘키스’라는 작품 자체에 대해 생전에 어떠한 명확한 설명이나 해설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평생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말 또는 글을 남기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습니다. 그는 그의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에 늘 “나의 작품을 주의 깊게 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으며, 그의 이러한 성향 때문에 그의 작품, 특히 ‘키스’는 현재에 이르러서도 다소의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스’의 여주인공을 알아내기 위해선 이 작품에 투영된 작가의 심리를 파악해야 합니다.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의 키스 The Kiss ⓒWIKIMEDIA COMMONS

차근히 ‘키스’를 바라보면, 어쩐지 두 사람의 모습이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먼저 ‘키스’ 속 그녀의 양손을 주목해 주세요. 그녀의 오른손은 남성의 목덜미를 끌어 안고 있으나 어딘가 불편해 보이고, 그녀의 왼손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는 그의 손길을 붙잡고 있는 듯 합니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성의 입술입니다. 남성은 마치 수줍어 하며 그녀의 입술 대신 볼에 키스하는 듯 합니다. 게다가 그녀의 입술은 클림트의 다른 작품들에 등장하는 수 많은 여성들의 그것과 달리 유독 굳게 닫혀 있습니다.

클림트의 그 동안의 여성편력과 작품활동을 고려할 때 이런 소극적인 남성의 모습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소심한 이 남성이 클림트 자신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키스’의 실제 여주인공으로 유력하게 언급 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존재하는데요. 그녀는 바로 클림트의 영원한 뮤즈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에밀리 플뢰게 Emilie Louise Flöge 입니다. 클림트는 마치 수줍은 소년처럼 그녀에게만은 자신의 여성편력을 숨기려 했고, 언제나 정중했으며, 그녀를 가장 친한 친구이자 영혼의 동반자로 여겼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늘 꺼렸던 그였지만 그녀에게만은 수 많은 엽서를 보내며 감정의 교류를 지속했습니다. 클림트에게 있어 에밀리 플뢰게는 자신을 추종하는 주위의 수많은 여성과 다른, 자신의 의지로 함부로 가질 수 없는 욕망 그 너머의 존재였습니다.

평소 그녀를 대하던 클림트의 특별한 태도를 볼 때 ‘키스’ 속 여인을 에밀리 플뢰게로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키스’ 속 여인이 그의 여타 작품 속 여성들과 매우 상이한 느낌을 갖게 하는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키스’의 현재 가치는 얼마일까?

클림트는 1908년 쿤스트샤우 빈 Kunstschau Wien(Art Show Vienna) 에서 ‘키스’를 처음 일반에 공개했고, 미완성작임에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곧 벨베데레 미술관은 클림트에게 ‘키스’의 구매의사를 타진했으나, 그는 마치 판매를 거부하려는 듯 당시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액수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벨베데레 미술관은 그의 다소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였고, 결국 ‘키스’의 주인이 됩니다.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 ⓒWIKIMEDIA COMMONS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벨베데레 미술관은 큰 시련을 맞게 되는데, 그건 바로 1999년 시작된 유대계 미국인 마리아 알트만 Maria Altmann 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 등에 대한 반환 소송이었습니다. 지루한 소송 끝에 국제사법재판소는 마리아 알트만의 손을 들어 주었고, 그렇게 벨베데레 미술관은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라 불리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 등을 속절없이 미국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이 작품들을 경매에 내놓는데,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은 미화 1억3천5백만 달러(한화 약 1천8백8십억 원, 2022년 11월 기준)라는 당시 세계 최고가로 낙찰 됩니다.

그럼 ‘키스’의 현재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당시 클림트가 ‘키스’의 판매를 위해 벨베데레 미술관에 제시한 액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화폐 기준 2만5천 크로네였습니다. 이는 현재 가치로 미화 24만 달러(한화 약 3억3천만 원, 2022년 11월 기준)에 이르는 금액인데요. 이는 당시 클림트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통상적으로 판매되는 금액의 약 5배에 이르는 거액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클림트가 당시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을 판매하며 받은 금액은 얼마였을까요? 그는 ‘고작’ 4천 크로네를 받고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을 판매했으며, 이는 ‘키스’의 1/6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이 두 작품의 가치를 당시 판매가와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의 현재 낙찰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키스’의 가상 낙찰가는 미화 약 8억4천3백만 달러(한화 약 1조1천7백6십억 원, 2022년 11월 기준)라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됩니다. 물론 이런 단순 비교에 큰 의미를 둘 순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벨베데레 미술관이 클림트로부터 ‘키스’를 구매한 액수는 당시 세간의 평가와 달리 엄청난 헐값이었다는 점입니다.


에필로그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러 순간 중 하나를 떠올린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와의 ‘키스’를 떠올릴 것입니다. 클림트의 ‘키스’는 로맨틱하고, 에로틱하며, 또한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작가 자신의 내면 깊은 곳 순수한 사랑을 드물게 묘사한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대중에게 더욱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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