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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이라는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

완벽의 반대말이 하자인 이유

한비자 韓非子 의 화씨편 和氏篇 에는 화씨지벽 和氏之璧, 즉 화씨의 옥이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합니다. 이는 천하에 둘도 없는 전설의 보물이라는 의미이며, 사람을 깨우쳐 주는 것의 어려움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화씨지벽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난 유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화씨지벽과 완벽이라는 표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화씨지벽 和氏之璧 의 유래

전국시대 초나라에 화씨 和氏 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귀한 옥 원석을 구하게 되었고, 초나라 여왕 厲王 에게 그 원석을 바쳤습니다. 하지만 궁중 옥공 玉工 은 원석을 가치 없는 돌덩어리로 치부하였고 이를 괘씸하게 여긴 여왕은 회씨에게 월형 月刑 을 내립니다. 당시 월형이란 발 뒤꿈치를 달 모양으로 도려내는 끔찍한 형벌이었습니다. 여왕 사후 화씨는 새로이 왕위에 오른 무왕 武王 에게 다시금 그 원석을 바쳤으나, 화씨는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한 번 더 월형에 처해집니다.

세월은 흘러 무왕 또한 세상을 떠나고, 문왕 文王 이 새롭게 왕위에 올랐습니다. 소식을 들은 화씨는 이번에도 원석을 새로운 왕에게 바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양쪽 발 모두 월형을 받아 왕에게 원석을 바칠 방법이 없었던 화씨는 크게 낙심하여 원석을 끌어안고 3일 밤낮을 통곡했습니다. 당시 화씨가 얼마나 크게 낙심했던지 두 눈의 눈물이 마르자 이어서 피눈물이 흘렀다고 합니다.

그의 애통한 사연은 결국 문왕의 귀에 들어갔고, 왕은 화씨를 불러 “천하에 월형을 당한 이가 많거늘, 어찌 그대는 그리 슬피 우는가?” 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화씨는 “제 두 발 뒤꿈치가 없어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보옥 寶玉 을 그저 돌이라 칭한 것과 지조 있는 선비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이 슬픈 것입니다.”라고 답합니다.

이에 문왕은 옥 장인을 불러 그 돌을 다듬으라 명했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서 진귀한 옥이 숨겨둔 자태를 드러내었습니다. 화씨의 정성과 충심에 크게 감동한 문왕은 그에게 상을 내려 여생을 편히 살 수 있게 하였으며, 그 옥을 화씨지벽 和氏之璧, 즉 화씨의 옥이라 부르게 하였습니다.


완벽 完璧 이라는 말의 유래

세월은 흘러 화씨지벽은 우연히 조나라 혜문왕 惠文王 의 손에 들어갑니다. 이 소문을 들은 진나라 소양왕 昭襄王 은 화씨지벽을 취하기 위해 자신들의 성 15개와 화씨지벽의 맞교환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는 누가 보더라도 제안을 가장한 협박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당시 조나라가 아무리 신흥강국이라 해도 전국시대 유일한 강대국 진나라와 정면으로 맞설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화씨지벽으로 인해 자칫 조나라는 강대국 진나라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난국에 혜문왕은 인상여 藺相如 라는 인물을 사신 자격으로 진나라에 보내기로 합니다. 인상여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신은 화씨지벽을 완전한 상태로 조나라에 돌려보내겠나이다.”라는 말을 남긴 후 진나라로 떠납니다.

진나라에 도착한 인상여는 진나라 성 15개와의 교환을 위해 화씨지벽을 소양왕에게 바칩니다. 하지만 소양왕은 크게 기뻐만 할 뿐 조나라와의 약속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소양왕이 약속을 지킬 의향이 없다고 판단한 인상여는 “화씨지벽에도 흠집이 있습니다. 제가 그 흠집을 알려 드리기를 청합니다.”라며 소양왕에게서 화씨지벽을 돌려받습니다. 그렇게 화씨지벽을 돌려받은 인상여는 갑자기 뒤로 물러서서 기둥에 몸을 기대더니 “대왕께서 조왕 趙王 에게 성을 보상할 뜻이 없으니, 신은 기둥에 머리를 박고 화씨지벽도 부숴버리겠습니다.”라고 일갈합니다. 화들짝 놀란 소양왕은 일단 인상여를 달랠 마음으로 성 15개를 혜문왕에게 주겠다고 약조합니다. 하지만 인상여는 그 또한 거짓이라 판단하고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화씨지벽을 은밀히 조나라로 빼돌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상여가 화씨지벽을 조나라로 돌려보낸 걸 알게 된 소양왕은 크게 노여워했으나, 인상여는 오히려 자신을 팽형 烹刑 에 처하라며 천연덕스럽게 소양왕을 조롱합니다. 참고로 팽형은 죄인을 삶아 죽이는 형벌입니다. 이를 들은 소양왕은 어이가 없었으나, 그를 죽인 들 나라에 이로울 것이 없다 하여 인상여를 후하게 대한 후 조나라로 돌려 보냅니다.

이러한 사건이 있은 후 완벽이라는 표현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이 완벽 完璧 이란 말은 인상여가 조나라 사신 자격으로 진나라로 떠나기 전 혜문왕에게 남긴 말 “신청완벽귀조 臣請完璧歸趙”, 즉 “신은 화씨지벽을 완전한 상태로 조나라에 돌려보내겠나이다.”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하자라는 말도 이때부터 쓰이게 됐는데, 하자 瑕疵 란 표현 역시 인상여가 소양왕에게서 화씨지벽을 되돌려 받기 위해 거짓으로 했던 말 “벽유하 璧有瑕”, 즉 “화씨지벽에도 흠집이 있습니다.”에서 유래된 표현입니다. 이로써 ‘완벽’과 ‘하자’는 서로 상반된 뜻을 갖게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그 말이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 화씨지벽

이렇듯 조나라가 국가의 명운을 걸고 지켜낸 보물 화씨지벽은 진시황제의 전국 통일로 결국 진나라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화씨지벽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 시황제는 재상 이사에게 화씨지벽을 통일 진나라의 옥새로 만들도록 명했으며, 완벽했던 보물 화씨지벽은 그렇게 통일 진나라의 옥새가 되었습니다. 이후 완벽의 상징이었으나 훼손되어 버린 화씨지벽은 한족 漢族 황제들의 상징인 ‘전국옥새 傳國玉璽’가 되어 대를 이어 후세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한때 화씨지벽이었던 전국옥새에는 ‘수명어천 기수영창, 受命於天 旣壽永昌’, 즉 ‘하늘에서 명을 받았으니 그 수명이 길이 창성하리라.’라고 쓰여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 옥새를 가진 자 하늘의 명을 받아 受命於天 황제가 되었는지 몰라도 수명은 영원하지 못했고 심지어 그 끝은 비참했습니다. 과연 사람의 욕심과 어리석음은 긴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고, 그 깨달음 또한 헛된 일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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