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습관이다>, <마흔, 나를 위해 펜을 들다>의 저자,김진 작가님께서 저의 여행 에세이 <미서부, 같이 가줄래?> 서평을 써주셨습니다. 좋은 말씀들을 너무 많이 적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주옥같은 서평, 평생 간직하려구요 :) 제 글쓰기 삶의 멘토와도 같은 김진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글쓴이의 성격이나 모습이 고스란히 떠올려지는 글을 좋아한다. 이러한 글은 어느새 내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마음과 마음이 닿았다고나 할까? 내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 글은 이렇듯 '지은이가 보이는 글'이다. 그 이유는 뭐랄까, 그것이 솔직한 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글이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성격을 속일 수 없듯 글 또한 속일 수 없다. 끊임없이 거짓을 얘기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글은 꾸밈이나 기교가 아니라 오로지 진실된 마음으로 써야 한다.
며칠 전 새롭게 출간된 책, ‘미서부 같이 가줄래?’는 오랜만에 작가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작가에 대해 아는 것도, 어떠한 사전 설명도 없이 오직 글로써 작가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종이 위, 단순한 활자의 나열이었지만 그 어떤 글보다, 아니 그 어떤 만남보다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일면식 한 번 없었던 작가가 이렇게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작가의 솔직한 성격과 뛰어난 글 솜씨가 빚어낸 결과물 때문이 아닐까?
미국의 광활한 서부를 묘사한 장면이나 사진도 당연히 좋았지만, 사실 나는 부부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감동적이었다.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을 배경으로 알콩달콩 전해지는 사랑에 웃고 미소 지었으니까.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미서부의 모습 역시 두 남녀의 사랑 앞에서는 그저 배경 화면 밖에 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여행 서적이지만, 나에게는 에세이의 색깔이 더욱 짙은 책이 되어버렸다. 책 전반에 진짜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여행 서적을 읽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봐온 여행 서적은 분명 이 책과 달랐고, 앞으로도 이런 책이 나올 거라 장담할 수 없으니까. ‘미서부, 같이 가줄래?’는 설명이나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오로지 가슴으로 쓴 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나는 장편의 로드 무비를 본 느낌이었다. 내용과 주제는 달랐지만 영화 ‘레인맨’을 봤을 때의 잔잔함이 마음속에서 떠돌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섬세한 작가의 성격과 필력이 이러한 감정을 들게 했으리라.
과연 어떤 작가가 이렇게 밉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에세이의 여운이 아직도 내 머리와 가슴속에 머물고 있다. 사진보다 선명한 책, 프롤로그부터 마지막까지 내 입가에 미소가 결코 지워지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마주했던 미서부 여행, 그리고 천생연분 남녀의 신혼 일기가 잠시나마 나에게 여유를 선사해 주었다.
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운명을 타고난다고 하는데, 부디 건강한 운명을 타고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책은 물론이고 작가까지 아울러서 말이다. 모처럼 소중한 시간을 선사해준 작가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