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초등학교에서 방역 아르바이트를 한다. 수업이 시작되고 학생과 선생님 모두가교실로 들어가면, 고요해진 복도에서 나의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걸레에 수시로 알코올을 묻혀서 사람의 손이 닿을만한 모든 곳을 닦는다. 나무로 된 교실 문, 화장실 손잡이, 계단 손잡이, 아이들이 앉는 의자… 알코올이 지나간 자리는 잠시 채도가 짙어진다. 그리고 1분도 채 되지 않아 증발되어버린다. 그 흔한 얼룩조차 남기지 않은 채로.
인정에 늘 목말랐던 나는 성과가 눈에 보이는 일을 좋아했다. 그러나 이 일은 작은 흔적조차 남길 수 없다. 심지어 했는지, 안 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구석구석 꼼꼼하게 소독하며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빈 틈 없이 잘 닦아낸다면 분명히 지워질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손바닥에 힘을 주고 성실하게 닦는다.
티 나지 않는 일들의 미덕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좇고 집착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일은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다. 오히려 보이지 않아서, 더 의미 있을지도 모르겠다.
커버사진/ 벨기에의 상점. Sony A5000으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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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저의 사연이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소개되었습니다. 차분한 김창완 아저씨의 목소리로 듣는 저의 이야기, 왠지 울컥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