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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Oct 26. 2021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 그거 별 거 아니야

 어느 날은 카페에 들러 오천 원짜리 음료를 샀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마시고 싶어서 그랬다. 혼자서 음료컵을 들고 걷는 출근길이 생경했다. 카페라는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데 굳이 비싼 음료를 사 먹는 게. 편의점이 아닌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게. 별 거 아닌데도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또 어느 날은 온종일 입맛이 없었다. 컨디션도 좋지 않아 할 일도 못한 채 낮잠을 잤다. 눈뜨고 나니 저녁 먹어야 할 시간. 온몸에 힘이 없어서, 힘을 내려면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먹기 싫었다. 하필 신랑은 오랜만에 회식을 갔고,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까 생각했다. 다음날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영양가 없는 라면을 먹는 건 아무래도 영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집 근처 치킨집에 전화해서 구운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다. 포장할인 받아서 만 삼천 원. 거기에 오백 원짜리 소스까지 추가.

  혼자 먹겠다고 이렇게 큰 걸 사본 건 처음이었다. 구수한 냄새가 나는 봉다리를 손에 들고 집에 와서는, 따끈한 닭다리를 뜯다가 웃음이 나왔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아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뿌듯해졌다. 치킨은 결국 절반도 해치우지 못한 채 냉장고로 들어가야 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였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거, 그거 생각보다 대수로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힘이 쪽 빠진 자신에게 든든한 한 끼를 선물하는 것. 가끔은 기분을 전환해 줄 디저트 하나씩 선물하는 것. 작은 사치로도 충분히 나를 사랑할 수 있다.

 그저 소비라고만 생각한다면 이런 감정을 절대 느낄 수 없다. 생각을 조금만 전환해보자. '이건 나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는 거야!'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 의미는 더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커버 사진/ Sony a5100으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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