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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 그거 별 거 아니야

by 온정

어느 날은 카페에 들러 오천 원짜리 음료를 샀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마시고 싶어서 그랬다. 혼자서 음료컵을 들고 걷는 출근길이 생경했다. 카페라는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데 굳이 비싼 음료를 사 먹는 게. 편의점이 아닌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게. 별 거 아닌데도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또 어느 날은 온종일 입맛이 없었다. 컨디션도 좋지 않아 할 일도 못한 채 낮잠을 잤다. 눈뜨고 나니 저녁 먹어야 할 시간. 온몸에 힘이 없어서, 힘을 내려면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먹기 싫었다. 하필 신랑은 오랜만에 회식을 갔고,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까 생각했다. 다음날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영양가 없는 라면을 먹는 건 아무래도 영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집 근처 치킨집에 전화해서 구운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다. 포장할인 받아서 만 삼천 원. 거기에 오백 원짜리 소스까지 추가.

혼자 먹겠다고 이렇게 큰 걸 사본 건 처음이었다. 구수한 냄새가 나는 봉다리를 손에 들고 집에 와서는, 따끈한 닭다리를 뜯다가 웃음이 나왔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아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뿌듯해졌다. 치킨은 결국 절반도 해치우지 못한 채 냉장고로 들어가야 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였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거, 그거 생각보다 대수로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힘이 쪽 빠진 자신에게 든든한 한 끼를 선물하는 것. 가끔은 기분을 전환해 줄 디저트 하나씩 선물하는 것. 작은 사치로도 충분히 나를 사랑할 수 있다.

그저 소비라고만 생각한다면 이런 감정을 절대 느낄 수 없다. 생각을 조금만 전환해보자. '이건 나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는 거야!'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 의미는 더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커버 사진/ Sony a5100으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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