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면서 무모해본 적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정도? 그마저도 부모님의 반대로 몇 번 못해봤다. 대다수의 부모가 자식이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고, 안전한 길을 걷길 원한다. 나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하며 살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이들이 걸을만한 길을 걸으려 했다. 평범함의 기준을 세울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괜찮은 삶의 방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평범하게 사는 것도 쉽지가 않더라. 아등바등하며 그 평범함에 닿으려다 놓치고, 닿으려다 또 놓쳐버렸다.
실업자로 지낸 지 3개월째가 되었을 때, 꾸준히 해오던 글쓰기로 몇몇 성과를 거두었다. 왜 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몰려서 오는 걸까. 그와 동시에 취직 기회까지 굴러들어 왔다. 그 손을 잡고 간다면 드디어 나도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나는 고민 끝에 제법 안정적인 그 길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마 내가 했던 몇 안 되는 무모한 짓들 중 하나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해보기로 했다. 돈은 안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 가치 있는 일. 서툴지라도 조금만 더, 이대로 글쓰기에 집중하며 지내보고 싶었다. 직장에 한 번 들어가면 영혼까지 다 쏟아버리는 나라서, 적당히 일하며 적당히 글 쓰고 그런 게 잘 안됐다. 지금 나는 적당히 쓰고 싶지 않다. 몰입해서 쓰고 싶다. 많이 쓰고 싶다.
게다가 몇 년간 이어진 잦은 실패들로,고질병인 불안 장애가 자꾸만 튀어나와 나의 일상을 방해한다. 이 불안이라는 녀석은 떼어내려 해도 거머리처럼 잘 안 떨어진다. 징그러워도 평생 함께 해야 할 존재다. 그래도 기왕 직장을 포기한 거, 이제는 완치를 목표로 삼고 다시 꾸준히 치료받아보기로 했다. 불안의 뿌리를 뽑는다는 게 가능키나 한 일이겠냐만은. 어차피 병이란 게 원래 생겼다가 낫고도 또 재발하고 그러는 거니까. 일단 한 번이라도 완전히 치료하는 것과, 하다 마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이 상태로 직장 생활을 한다면 나는 또 어떤 방식으로 무너질지 모른다. 그러니 나 자신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 무모해지는 길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이런 선택을 한 나 자신이 기특하다. 그리고 작가의 길을 응원해주는 식구들에게 눈물 나도록 감사하다. 타박타박 걷고 있었다. 남편이 작가의 길로 가보는 게 어떻겠냐며 자전거를 쥐어주었다. 시부모님께서는 그 자전거에 등불을 달아주셨고, 오빠는 바퀴에 윤활유를 발라주었다. 걱정이 태산이던 부모님도, 캄캄한 밤길에서도 신나게 달리는 나를 보며 그제야 안심하셨다.
"그래, 가 봐. 그 길에 뭐가 있는지."
이제 온 가족이 나의 길을 응원해준다. 못해도 괜찮다고, 조금 더 지나서 생각해봐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준다. 요즘 나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금수저로. 진짜 작가로.
요즘 두 번째 에세이 집필과, 소설 습작을열심히 병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브런치에는 글을 통 못 올리지만, 최근 느꼈던 저의 감정들을 날 것 그대로, 거칠게 적어 내려가 보고 싶었어요. 글 쓰는 길이 쉽지 않다는 거 잘 압니다. 그래도 직접 가보기로 했어요.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요?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무작정 해보려고요. 쓰고 싶은 게 많을 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