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과학소재 장르문학 공모전의 수상 작품집이 「상실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단편소설「지구가 될 순 없어」를 실었습니다. 총 7개의 수상작이 실려있으니, SF 소설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흥미로운 주제의 작품이 많습니다 :)
책은 아래의 링크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yes24와 알라딘에는 유통되었고, 다른 온라인 서점에는 이번 주부터 차근차근 유통되는 것 같아요!)
책 속에 작가의 말이나 후기를 적고 싶었는데 지면이 없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책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이 저의 브런치를 찾아주신다면, 아래의 후기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지구가 될 순 없어」작가의 말
“지구 곧 멸망할 것 같아.”
몇 주일 째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산불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인터넷 기사도 보았다.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말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도 결국 살길을 다 찾겠지.”
그때 생각했다. 아, 많은 이들이 미래의 인간이 다 해결해줄 거라 믿고 있겠구나. 나는 인간의 뛰어난 기술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지만, 인간이 이 우주에서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이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아니, 사실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차라리 해피엔딩일 것이다. 부디 인간이 오랜 시간에 걸쳐 괴로운 방식으로 멸종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나는 이런 방면에서 무척 회의적이다.
캄캄하고 추운 전자현미경실에서 나노 입자를 관찰하며 이 소설을 구상했다. 고배율에서 격자무늬를 관찰할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이게 원자의 배열이구나. 이 격자 사이에는 뭐가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 나노의 세상을 유영해나갔다. 현재 물리학 기술에서는 양자의 크기로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부분을 참고하여, 인간이 작아진 뒤에 어딘가에 있는 피코로 이동할 수 있다는 설정을 했다. 상상력이 우선되다 보니 실제의 과학 기술과 엮는 과정에서 허술해진 부분도 많았지만, 최대한 그 간극을 메꿔보려 끝까지 애썼다.
에세이만 써오던 내게 소설은 소재의 한계를 타파해준 매개체였다. 그 첫 번째 걸음인 「지구가 될 순 없어」가 세상에 나왔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소설을 씀으로써 나는 '평생 쓰자'는 목표에 더욱 가까워졌다. 나의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나갈 앞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