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삽니다.

프롤로그

by 온정

그, 그리고 그녀.

첫 만남부터 손으로 난을 뜯어 커리에 찍어먹다. 또한 첫 만남부터 대화의 공백 따위 었음.

고백을 할랑 말랑 하는 그가 답답해, 그녀가 묻다.
"사귀자는 말은 언제쯤 할 생각이에요?"

그의 입장에서는 사랑이 넘쳐흐르며 불타오르는 연애였으나, 그녀의 입장에서는 은은하게 풍겨오는 커피 향처럼 다소 잔잔하면서도 안정적인 연애와도 같았음.

우리 이렇게 돈 벌면 10년 뒤에나 결혼할 수 있으려나? 라며 쓰디쓴 현실에 종종 좌절.

하지만 우주 최강 딸바보인 그녀의 부모님, 그를 만나보고는 사정없이 결혼을 추진하다.
그때 그분들이 남긴 명대사.
"10년 뒤라고 뭐 바뀔 것 같아? 다 똑같아."

하여간 연애 2년 반 만에 어찌어찌 결혼에 골인.

그래서 이제 함께 산지 2년 차.

이런 것이 진정 운명인 것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 중.

은은한 커피 향은 개뿔. 이제는 그녀가 그의 볼때기를 쥐어뜯으며 아이고 귀엽다, 멋있다, 착하다 등등의 말들을 사정없이 내뱉곤 함.

한 명만으로도 족한데, 하필이면 둘 다 울보라서 이따금씩 집이 눈물의 홍수를 이루다.

이목구비가 세상에서 제일 다르게 생겼다고 볼 수 있으나 신기하게도 점점 닮아가는 중. 이것은 느낌 탓이 아닌 명백한 사실.

TV에 나오는 이효리, 이상순 부부를 보며 종종 동질감을 느끼다.

그녀, 회식 중인 그를 잠시 불러내더니 케이크를 건네고 홀연히 사라지다. 그는 그날 회식의 주인공이 되다.

성인군자인 줄로만 알았던 그. 조울증 환자와도 같은 그녀를 점점 닮아가다.

시도 때도 없이 아재 개그를 시도하는 그. 그리고 그런 그를 한껏 흉보던 그녀, 어느샌가 아줌 개그를 작하다.

서로 본인이 설거지를 하겠다며 다투다가, 본인들도 본인들이 이해되지 않아서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마는, 좀 이상한 부부.


그 둘.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우린 이렇게 삽니다" 매거진에는, 저의 다른 글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글들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통통 튀거나 리듬감 있는 글들이 많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여기 글은 자주 쓰기보다는 가끔씩 오래도록 쓸 예정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커버 사진/ 필름 카메라이자 하프 카메라, OLYMPUS PEN EE-3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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