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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Jan 13. 2020

쓸모 있는 인간

우리는 쓸모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마나 매 순간 노력하는가.

학생 때는 공부를 잘해야 나 자신이 쓸모 있는 인간처럼 여겨졌다. 공부를 하지 않는 나 자신은 쓸모없는 인간임에 틀림없었다.

또 졸업을 하고 나니 돈을 벌어야만 나 자신이 쓸모 있는 인간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졸업 후 취직이 안되던 몇 달 동안 나 자신은 마치 쓸모없는 인간과도 같았다.

취직 후 돈을 버니 드디어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기분이었지만, 그 생활이 너무 힘든 나머지 '쓸 수 없는 인간'이 될 지경에 다다랐다.
취직, 퇴사, 이직, 또 퇴사......
 
퇴사를 할 때면 나는 쓸모 있는 인간에서 쓸모없는 인간으로, 그와 동시에 쓸 수 없는 인간에서 쓸 수 있는 인간으로 바뀌었다. 첫 번째 퇴사는 무엇을 느낄 새도 없이 이직으로 끝이 났지만, 두 번째 퇴사를 한 뒤엔 그나마 쓸모 있으면서도 쓸 수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루하루 건강하면서도 생산적인 일들을 하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현재, 퇴사 3개월째.

나는 다시 나 자신에게 묻는다.

“그래서, 넌 지금 쓸모 있는 인간이니?”

“글쎄.... “

다시 원점이다.

 평생 3개월 이상 쉬어본 기억이 없다. 하물며 가장 길었던 초등학교 겨울방학조차도 3개월보단 짧았다. 평생 3개월 이상 하고 싶은 일만 해본 기억이 없다. 대학생 때 겨우 한 학기 휴학을 했을 때도, 나는 밥 먹을 시간도 아껴가며 영어공부를 했더랬다. 그런 내가 지금 3개월 동안 쉬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면서 말이다. 쓸모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저 하고 싶은 일 해본건 난생처음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3개월가량을 지내고 나니 이제 또 나의 쓸모를 찾게 된다. 그것도 꼭 ‘돈’이라는 잣대에만 나를 속박시키며. 자꾸만 나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안타깝게도 ‘쓸모없다’는 생각에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한 번 시작하면 자꾸만 그 속을 파고든다. 결국 어둠 속을 탐하다가 깊이 가라앉게 된다.

그 무기력의 바다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 두 팔을 힘껏 저으며 허우적허우적 헤엄쳐본다.
‘아니야. 난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야...!’ 머리를 도리도리 세차게 저어도 보고. 내가 쓸모 있는 이유를 노트에 적어보기도 하고. 샤워기 아래 얼굴을 치켜들고는 쏟아지는 물줄기를 세게 맞아도 보고.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꼴깍거리며 버둥대다 보면, 그래도 결국 나의 쓸모는 내 안에서 발견한다. 그렇게 오늘도 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간다. 이 글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부터 나는 쓸 수 있는 사람인 거고, 또 동시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거야.라고,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그래도  고민을 담은 글 한 편 썼으니, 이제 됐다. 난 쓸모 있는 사람이야. 당장 돈은 못 벌지언정....”


마음이 칠흑일 때. 어둠 속에서 깊이 가라앉아버려 눈 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 그럴 때, 조금 더 차분하게 기다려보기. 그리고 조금씩 선명해지는 내 마음을 읽어보기. 이렇게 또 좌절의 한 고비를 넘긴다.




커버 사진/ 필름 카메라 X-300으로 찍다.


+

원래 1월부터 다시 직장인이 될 예정이었는데, 상황이 좀 틀어지는 바람에 아직도 백수 상태예요. 요즘 제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그 고민방황에 대해 안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글을 쓸 수 있어서 참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러니 글 마무리는 항상 희망으로!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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