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욱 펼쳐져있는 콘크리트 바닥에, 자기도 그저 똑같은 땅의 한 부분이라는 양, 평평하게 그 모습을 감추고 있는 맨홀 뚜껑. 사람들은 매일 무심코 그 맨홀 뚜껑을 수십 개씩 밟고 지나다닌다.
하지만 당연하게 지나치던 그 맨홀 뚜껑은 사실 진짜 땅은 아니기에. 구멍 뚫린 벽을 껌으로 메워놓듯, 알고 보면 낭떠러지를 막아놓은 임시방편과도 같기에.
그렇기에 가끔 맨홀 뚜껑은 자신을 100프로 신뢰하는 사람들을 배신하기도 한다. 가령 압력을 견디지 못해 뻥 터져버린다든지, 찌그러져서는 걸려 넘어지게 만든다든지, 제 자리를 이탈해서 추락사고를 야기한다든지.
그럴 때면, 항상 그 자리에 감쪽같이 몸을 숨기고 있던 ‘맨홀 뚜껑’을 원망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바닥을 제대로 보지 않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나 자신’을 탓해야 하는 걸까.
이 세상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일들 투성이다. 그저 평평한 길을 앞만 주시하며 정직하게 걸어가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낭떠러지에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내 두 발을 의지할 수 있는 땅에게 마저 의심을 해야 하다니 조금 팍팍한 인생이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난 오늘도 맨홀 뚜껑을 피해 밟는다.
‘혹시’라는 단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그럴리는 없지만 만일에. 짐작대로 어쩌면.
그러니까,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일의 상황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게 인간의 몫이다. 한치 눈 앞의 맨홀 뚜껑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단단하게 굳어진 땅과 임시방편을 잘 구분할 것. 당연하다 느끼는 것들도 한번 더 살펴볼 것.
나는 아니겠지, 함부로 단정 짓지 말 것.
내가 맨홀 뚜껑을 피해 밟으며 느끼는 바이다.
이전에 써놓았던 글인데요.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다 보니 문득 이 글이 떠올라서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한국에 큰 피해는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다들 조심, 또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