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에코 모드가 있다면

by 온정

어느 토요일 아침, 창원에 사는 친한 부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남편과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우리 집에서부터 차로 총 4시간 거리. 2시간은 내가, 나머지 2시간은 남편이 운전대를 잡고는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렸다.

우리 차에는 ‘드라이브 모드’라는 기능이 있는데, 일반 모드, 에코 모드, 스포츠 모드로 이루어져 있다. ‘에코 모드’는 연료의 효율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모드로, 액셀을 세게 밟아도 가속이 잘 붙지 않고 답답한 감이 있지만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스포츠 모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액셀을 밟는 즉시 가속이 붙는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우리 차가 이렇게 잘 나가는 아이였어...?’라며 새삼 놀라기도 한다.

오랜만에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를 누르고 달리다 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에게도 일반 모드, 에코 모드, 또 스포츠 모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탐나는 모드는 다름 아닌 ‘에코 모드’였다.

학교를 다닐 때도,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달리는 사람이었다. ‘적당히 좀 하자’고 아무리 외쳐보아도 그게 내 마음대로 조절이 되지 않았다. 내 안에 채워놓은 기름이 빠르게 동나버리고, 주유 경고등이 빨갛게 빛나고 있어도 나는 달렸다. 남아있는 기름 한 방울조차도 끝까지 쥐어짜면서. 그러다가 더 이상 연료가 남지 않아서 시동이 꺼져버리고 나면, 그제야 지나온 길을 후회하곤 했다. 좀 더 천천히 할걸. 나 자신을 좀 돌보면서 할걸.
하지만 매번 후회하면서도 막상 성격을 고치지는 못했다. 여전히 나는 효율적으로 연료를 아끼거나 속도를 줄일 줄 모른다. 내 능력보다 더 달리느라 과열이 되어 있어도, 그저 힘껏 액셀을 밟을 줄만 안다. 연비가 최악인 셈이다.

‘이런 나에게 에코 모드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

내가 아무리 힘껏 액셀을 밟아도, 차라리 일정 속도 이상으로는 잘 올라가지 않았으면. 빠르게 타올랐다가 일찍 방전되기보다, 그저 적당한 속도로 오래 달릴 수 있었으면. 내가 가진 연료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가끔은 머리도 식혀주고, 또 가끔은 내일의 나에게 맡겨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아껴놓았던 연료로, 진정 불타올라야 할 시점에 ‘스포츠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면. 그럴 때면 평소 내가 보여주던 능력 그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소엔 잔잔하다가도 꼭 필요할 때만 ‘결정적인 한방’을 날릴 줄 아는, 그런 전략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내면에도 에코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탑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커버 사진/ 필름 카메라 X-300으로 남편이 찍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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