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기분은 매일 널뛰기를 뛴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가, 또 우주 끝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하루 종일 한숨을 쉰다. 괜스레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무의미하게만 느껴진다.
‘아, 기분 전환하고 싶다.’
맥주 한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만, 건강을 위해 참기로 한다. 달달한 디저트라도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지만, 이 역시 허약한 위장을 위해 참기로 한다. 구글 지도를 켜놓고 간접 세계 여행을 떠나보지만, 이마저도 시원찮다. 뭔가 직접적으로 엔도르핀을 분비시켜줄 자극제가 없을까?
영혼 없이 SNS의 스크롤을 내리며 타인의 사진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2만 개 가량의 사진이 담겨있는 내 휴대폰 사진첩이 떠올랐다. 2014년부터 6년 동안 찍어온 사진들. 최근 사진들이야 가끔 보게 되지만, 작년 사진들만 해도 꺼내본지 꽤나 오래되었다.
이렇듯 언제나 새로운 자극을 찾아다니고, 그 새로운 무언가를 만날 때면 습관처럼 사진으로 남기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남긴 기억들은 좀처럼 꺼내보지 않게 된다. 그저 또 다른 자극을 찾아다니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그제 짜장면을 먹고, 어제 파스타를 먹고, 오늘은 더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면서 그제 찍은 짜장면 사진을 다시 볼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아무런 자극도 없는 날. 굳이 지난 사진들을 꺼내보았다. 그리고 스크롤을 주욱 내려보았다. 대충만 훑어보아도 활짝 웃는 나의 선홍빛 잇몸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눈물 셀카를 찍지 않는 이상)보통 우울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으니까. 사진첩에 있는 나의 모습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심지어 내가 나오지 않은 사진들에도, 풍경 사진에도, 또 사물 사진에도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남편이랑 연애 막 시작했을 때네? 아이고 풋풋해라. 우와, 나 이때는 공연 참 많이도 다녔구나. 맞다! 이 브런치 카페 진짜 맛있었는데 잊고 살았네. 풉, 이때 J랑 술 많이 마시고 진탕 취했었지. 엄청 신난 거 봐. 아... 엄마랑 둘이 처음 갔던 여행. 정말 행복했었어. 내가 마지막으로 등산 간 게 벌써 1년 전이라고? 이런이런, 게으르군.
만일 내 인생에 우울한 순간이 80%이고 행복한 순간은 20%밖에 안된다고 한들, 그래서 사진첩에는 비록 그 즐거운 순간들만 모아놨다고 한들, 어찌 됐든 나는 2만 개 가량의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언제나 사람은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하지만 어쩌면 그 자극제는 나의 사진첩 안에, 또 나의 지난 기억들에 이미 충분히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진 속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