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봄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by 온정

4월. 예상보다 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춥다며 너스레를 떨기 딱 좋은 시기. 하지만 옷깃을 파고드는 칼바람에도 괜스레 마음은 따듯해지는 시간. 길가에 핀 꽃들은 이 추위가 ‘곧 떠날 존재’ 임을 알려주곤 한다. 그 깨달음만으로도 봄날의 추위는 보통 견딜만하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올봄. 그 반갑던 꽃샘추위가 조금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을씨년스럽다.’
이토록 문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실제의 뜻이 똑, 맞아떨어지는 표현이 또 어디 있을까. 마스크를 낀 채로 산책을 나갔다가 맞이한 꽃샘추위가 나에게는 딱,렇게 스산하고 쓸쓸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온전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왠지 올해는 이 추위가 쉬이 가시지 않을 것만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 또다시 봄이 오는 일. 그리고 그 계절을 즐기는 일. 지금껏 지구가 인간에게 베풀어온 일. 그리고 인간이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 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나는 ‘당연하던 일들이 앞으로 당연하지 않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강하게 사로잡혀버렸다. 과연, 우리는 앞으로도 당연하게 지구를 누릴 수 있을까.

최근 인구 이동이 줄자 지구의 대기 오염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텅 빈 도심에 사슴, 멧돼지, 퓨마 등의 야생 동물이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 혹은 멸종 위기에 처했던 동물들이 등장했다는 기사까지 접했다. 인간에게 일어나고 있는 비극이 지구에게는 희극인 셈이다. 대체 인간은 얼마나 쉬지 않고 지구를 괴롭혀온 걸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역시 인간이 동물의 영역을 침해하며 얻게 된 바이러스이다. 코로나의 피해자라고 외치기 전에 우리의 지난 행동들부터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미세먼지로 인해 숨 쉴 공기마저 위협받던 그때부터, 우리는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지구는 인간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비상경보를 울려왔으나, 그를 무시해온 탓에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아닐까.

꽃을 보러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망설여야만 하는 지금.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우린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우리가 끔찍한 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야 지구는 겨우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당연한 것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교훈일 것이다. 이 아름다운 지구의 봄을 계속 누리기 위해.




커버 사진/ 필름 카메라 X-300으로 찍다.

+ 복잡한 마음을 부족한 글로나마 표현해보았습니다. 코로나 사태 자체도 너무 심각하지만, ‘과연 이게 끝일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울적해지네요. 오죽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보내는 지구의 백신’이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이제는 정말 인간이 변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욱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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