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설 황금연휴 인천공항 탈출기
나는 명절마다 해외로 떠나는 편이다. 설날, 추석 할 것 없이 공항으로 향하는 것이 어느새 내 일상이 됐다. 덕분에 명절 연휴에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일도 자연스러웠고 ‘공항은 출발 2시간 전에 도착한다’는 나름의 나만의 루틴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설 연휴는 분위기가 달랐다.
SNS와 뉴스에는 ‘인천공항 혼잡 대란’, ‘공항 4시간 전 도착 필수’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글들이 넘쳐났고, 간신히 비행기 탔다는 후일담이 쏟아졌다. 긴가민가하면서도 혹시 몰라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공항 가는 길이 조금 막혀서 이륙 2시간 40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나중에 귀국해서 찾아보니 2025년 설 연휴가 황금연휴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최대치를 기록했고, 결과적으로 인천국제공항은 역대 최대 수준의 혼잡을 기록했다고 한다.
06:50 인천공항 도착, 비행기 이륙 시간은 09:30.
인천공항에 도착한 순간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세계 50개국이 넘는 나라를 다니며 인천공항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지만, 이런 인파는 처음이었다. 공항 밖 차에서 내리자마자 본 공항 내부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고, 수하물 수속 카운터 앞에는 뱀처럼 길게 늘어진 줄이 눈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혼잡한 광경을 보고 혹시나 늦어지는 건 아닐지 긴장이 되면서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티웨이항공 수속 창구에 줄을 섰지만, 15분이 지나도 줄은 줄지 않았다. 어느새 불안감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어? 이러다가 진짜 못 타는 거 아니야..?!"
비행기를 놓치겠다 싶어서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줄에서 빠져나왔다. 모험이었다. 셀프 수하물 수속 창구를 찾아 뛰기 시작했다. 셀프 수하물 수속은 기계가 체크인을 해주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위탁수하물 허용 무게는 정확히 20kg. 단 0.1kg만 초과해도 추가 비용이 부과된다. 마침 근처에 있던 무게 측정기에 캐리어를 올려봤다. 그리고 나는 멈춰 섰다.
"22.8kg"
"와.. 큰일 났다, 어떡하지?"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바로 인천공항 바닥에 쪼그려 앉아 캐리어를 열고 열심히 짐을 빼기 시작했다. 햇반 몇 개, 참치캔 몇 개는 눈물을 머금고 버리고, 무게 나가는 책과 옷가지들은 배낭으로 옮겼다.
"20.0kg"
0.1kg 오차도 없이 20.0kg를 딱 맞춰서 통과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 순간, 옆에 있던 공항 직원이 웃었다. 나도 모르게 같이 웃음이 나왔다.
“하하... 살았다.”
짐을 부치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출국장 앞에 도착한 순간 나는 또다시 얼어붙었다. 가슴이 다시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어...? 이거 맞아..?"
보안검색대 줄이 출국장 문 바깥을 넘어 통신사 로밍센터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 100번도 넘게 인천공항을 이용했지만, 이런 광경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보안 검색대는 보이지 않으니 안쪽 상황은 얼마큼 혼잡할지 짐작도 안 됐다. 다시 마음을 졸이면서 줄을 기다렸다.
"오늘 비행기 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