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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Nov 04. 2022

나름의 방식으로 여유 있게

두바이에서 보내는 내 금요일의 아침들

눈을 뜨고 있는 시간에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늘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매초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뒤돌아 보면 별 쓸데없는 일이었대도 일단 바지런히 하고 보는 사람이 바로 나다. 마음의 여유를 좇아 찾아간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 해변에 누워서도 무념무상 멍 때리고 있는 건 또 불편해서 눈이라도 이리저리 바쁘게 굴려가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동시에 잡생각에도 빠졌나 나왔다 난리 부르스를 추고 마는 건 천성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2022년 1월 1일부로 두바이 정부는 주 4.5일 근무를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저녁까지를 주말로 계산하겠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정부기관 등에만 적용이 되었다지만 정부 스케줄에 맞춰 일을 진행해야 하는 수많은 곳들부터 시작해서 차츰 주 4.5일 근무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를 쉬는 것은 교육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래부터도 금요일엔 다른 요일보다 수업이 일찍 끝나기는 했지만 4.5일 근무제가 공표되고 난 이후엔 시간을 더욱 앞당겨 버렸다. 그래서 아침에 여행이를 태우고 학교에 데려다준 후 집으로 돌아와서 이제 무언가 좀 해볼까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또 하교하는 아이를 태우러 가야 할 시간이 되곤 했다.


아무런 결과물 없이 지나버리는 그 시간들이 아쉽고 학교를 몇 차례씩 오가며 길 위에 내버리는 시간도 아깝고 해서 나는 아예 금요일 아침이면 등교하는 여행이와 발맞춰 내 짐을 싸들고 밖으로 나간다. 아이를 학교에 내려 주고 나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카페로 자리를 이동해 그곳에서 아침 식사도 하고 글도 쓰고 책도 읽는다.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단 길 위에 흩뿌리는 한 시간을 아끼긴 했으니 그 물리적인 수치만으로도 흡족하긴 하다.


오늘은 금요일. 그래서 어김없이 노트북에 책 한 권을 싸가지고 여행이와 함께 을 나섰다. 늘 가던 카페엘 갈까 하다가 새로운 곳엘 가보고 싶어 찾아갔는데 내부 수리를 하느라 언제 다시 문을 열지 모른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내가 외부 테이블에 앉아 기다린 지 한 시간 반쯤이 지난 후에 해주셔서(그전까지는 출근한 직원이 없었다.) 공짜로 조용한 정원에서 독서 잘하고 자리를 옮겼다. 이후 옮겨 간 곳은 주메이라 마디낫 수크(Jumeirah Madinat Souk)에 자리한 스타벅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수크(전통시장)에 있는 상점들도 거의 문을 닫아 건 상태인 데다 관광객들마저 별로 없어 그곳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잘 즐겼다. 이곳엔 주로 낮 시간이나 저녁에 왔었는데 이른 아침에 맞이하는 풍경은 또 다르네. 마치 처음 와보는 곳 같아.


오늘도 멍하니 앉아있는 것은 쉽지 않아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쓰던 글도 마저 쓰고  이번 주말엔 또 어디엘 가볼까 계획을 세우다 보니 어느덧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무념무상으로 여유를 즐기는 것은 이번에도 실패했지만 사람마다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은 다른 거니까. 오늘처럼, 나에게 주어진 매일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여유 있게 살다 가고 싶다.


오늘의 첫 카페
여기에 한 시간 반을 앉아있은 후에야 카페가 문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근처의 주메이라 마디낫 수크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가게도 거의 없고 인적도 드물다.
유일하게 열려있던 카페, 스타벅스에서 올해의 첫 토피넛라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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