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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Oct 18. 2020

어른이의 보물찾기

LA 플리마켓 탐험


학창 시절의 나는 한 번도,
놀랍게도 정말이지 단 한 번도
보물 찾기에 성공해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에 다녀온 도합 열두 번의 봄소풍과 가을소풍. 그때마다 하던 보물 찾기에서 바로 옆에 있던 친구들은 풀숲이나 나무둥치에 놓인, 선생님이 미리 숨겨 놓으셨을 종이조각을 잘도 찾는데 유독 내 눈에만 보물이 포착된 적이 없었으니 참으로 한탄스러운 일이었다. 한 번은 그런 내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는지 선생님께서 등수가 적힌 종이 한 장을 슬쩍 건네주시기까지 했더랬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아쉽고도 아쉬웠던 내 어린 시절 보물 찾기의 기억을 싹 씻어내 줄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플리마켓(flea market) 탐험! 운 좋으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지닌 멋진 물건을 싼 값에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이런 게 바로 보물찾기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여행지에서 플리마켓이나 중고물품점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몇 년 전의 캘리포니아 여행에서도
LA에 재미있는 플리마켓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린 그곳으로 향했다.


멜로즈 트레이딩 포스트(Melrose Trading Post)라는 이름을 가진 이 플리마켓은 매주 일요일에 실외에서 열리는 오픈 에어 마켓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건물을 빌려 진행되는 박람회도 아니고 길거리 공터에 들어선 중고물품 가게에 내 돈 쓰러 간다는데 입장료를 내라길래 그냥 다른 곳을 찾아갈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입장료가 인당 $5 수준으로 아주 비싸지는 않았고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이곳은 다른 플리마켓보다 더 대단한 무언가가 있나 보다는 생각을 가지고 흔쾌히까지는 아니었지만 내야 한다니 어쩔 수 없이 입장료를 내고 마켓이 열리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던 것이다.








멜로즈 플리마켓에서 판매되는 물품들은 여타의 플리마켓과 마찬가지로 다양했다.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 등부터 크고 작은 가구와 조각까지. 중간중간에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있었고 음악을 연주하고 팁을 받는 이들도 있어서 쇼핑객들의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입장료 없이도 둘러볼 수 있는 다른 많은 플리마켓들과의 차별점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켓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고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몇몇 상품들 덕에 시간이 흐를수록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빳빳하게 선 주름이 당당한
새 물건도 좋지만
누군가의 손때가 아직 남아 있는
오래된 물건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사물도 공간도 어쩌면 사람도 마찬가지일 테다. 바이러스 걱정 없이 인파에 부대끼며 남이 쓰던 멋스럽게 낡은 물건 사이를 휘젓고 다니던 시절이 그립다.


-2015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LA-


◇ 여행팁 ◇

● 멜로즈 트레이딩 포스트(Melrose Trading Post)
주소: 7850 Melrose Ave, Los Angeles, CA 90046, USA
운영시간: 매주 일요일 오전 9시 ~ 오후 5시
입장료: $5(온라인 예매 시 수수료 $2 추가)
웹페이지: http://melrosetradingpos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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