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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Oct 22. 2020

공산성공산성공산성같은 하루를 그리워하며

유년시절로 떠나는 여행


충청남도 공주시에 자리한 공산성(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사적 제12호)은 웅진으로 불렸던 공주가 백제의 도읍이었던 시기, 도읍지를 수호하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백제시대에는 성이 지어진 고을의 이름을 따 웅진성(熊津城)으로 불렸지만 고려시대 이후부터는 성이 자리한 산의 이름을 따 공산성(公山城)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성의 시작을 떠올리게 하는 웅진성이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드는데 어떤 이유에서 공산성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공산성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반영하여 지어진 건축물이다.


산지가 많은 한국에는 산성, 즉, 산에 지어진 성이 많은데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산 자락에 지어진 공산성도 산성으로 구분된다.


다음으로는 흔히 공산성을 설명할 때 쓰이는 '포곡식(包谷式)'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자를 보니 대략의 뜻은 짐작되나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어 찾아보니 포곡식이란,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주변의 계곡 일대를 빙 둘러가며 벽을 쌓는 방식이라는 의미란다.




산 위에 성을 지을 때는 특히나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네모 반듯한 모습으로는 성벽을 쌓기 어려울 터. 산의 자연적인 지형을 따라 비정형적인 모양으로 축조된 포곡식 산성인 공산성은, 그렇기에 더 예측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공산성의 둘레는 약 2450m. 운동하는 셈 치고 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돌기에도 무리가 되지 않는 거리다.


사실 난 어린 시절을 마음만 먹으면 공산성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에서 보냈다.


그러나 공주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공산성은 참으로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지겨운 장소였다.


공주시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은 동네인터라 소풍을 가도 공산성, 미술대회를 해도 공산성, 글짓기 대회를 해도 공산성, 그저 공산성공산성공산성공산성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다 보니 굳이 산책까지 그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이 백제시대의 유적에 발길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혼을 한 후
공주의 자랑, 공산성에 다녀왔다.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정작 나의 친정은 밤이랑 하등의 상관이 없는 집이건만 공주의 사위로서 빵을 먹어도 공주밤빵, 공주밤식빵만 사 먹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공주사랑이 지극한 울낭군과 함께하는 첫  번째 공산성 나들이었다.





오랜만에 성벽 둘레길을 걸었다. 공산성 아래로 잔잔히 흐르는 금강과 일제시대에 지어졌지만 아직까지도 건재한 다리를 내려다보고 성벽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돌도 구경했다.




신궁커플을 꿈꾸며 처음으로 국궁체험도 해보았다.


그렇게 울낭군과 함께 공산성을 둘러보다 보니 내 어린 시절이 슬그머니 떠올랐다.


또 공산성이야? 라며 지겨워했지만 결국엔 바깥바람이 즐겁고 햇살이 즐거워 신나게 그림을 그리던 그곳에서의 시간들, 주어진 주제에 대해 고심 고심하여 생각해 낸 이야기를 원고지 위에 연필로 열심히 꾹꾹 눌러쓰던 시간들, 그리고 지금의 내 나이 정도의 젊은 내 부모와 이제는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와 함께 찾은 공산성에서 동생과 둘이 망아지처럼 뛰어놀던 시간들.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고향을 떠나 이제는 고향에 가도 여행자가 된 느낌이다.


그런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공산성이라는 곳이
역사적인 의미,
건축적인 의미를 빼고서라도
나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공간인지를.


-2013년 5월, 충청남도 공주-


 ◇  여행팁 ◇

● 공산성
주소: 충청남도 공주시 웅진로 280
전화번호: 041-856-7700
운영시간: 매일 9:00-18:00(설날 및 추석 당일 휴무)
입장료: 성인 1,200원/ 청소년, 군인 800원, 어린이 600원
웹페이지: http://www.gongju.go.kr/prog/tursmCn/tour/sub02_01_04/view.do?cntno=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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