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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Oct 23. 2020

비밀의 정원

창덕궁 후원 산책


종로3가역 6번 출구로 나가 저만치 앞을 바라보면 길이 끝나는 곳에 돈화문(敦化門)이 보인다. 태종(太宗)이 건립한, 조선시대 5대 궁 중 하나인 창덕궁(昌德宮/ Changdeokgung Palace)의 정문이다. 경복궁의 동쪽에 지어져 동쪽의 궁궐, 즉, 동궐(東闕)이라고도 불렸던 창덕궁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창경궁과 마치 형제와 같이 하나의 궁역을 이루고 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인해
조선의 모든 궁궐이 소실되는
재앙이 발생한다.


이후 광해군 때에 이르러 궁궐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창덕궁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까지 조선의 법궁(法宮), 다시 말해 임금이 거처하는 궁으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다. 조선의 임금들이 가장 오랜 기간 거처했던 곳도 바로 이곳, 창덕궁이라 했다. 


창덕궁은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창덕궁에는 왕실의 정원인 후원이 있다. 흔히 비원(秘苑)으로도 회자되는 곳이다.


이 정원은 창경궁과 맞닿은 창덕궁의 북쪽에 위치해 있어  자연스럽게 두 궁궐에서 공유하는 정원이 되었다고 하는데 오랜 기간 일반인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오늘날까지도 건축물이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창덕궁 후원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입장권이 필요하다. 입장권은 관람일을 기준으로 6일 전부터 창덕궁 관리소 웹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하거나 당일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예약과 결제를 마무리 했다 하더라도 돈화문에서 창덕궁 후원 입구까지는 걸어서 약 15분이 소요되므로 관람일에는 시간 여유를 두고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일반인이 개별적으로 후원을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회차별로 50인까지만 해설사를 따라 약 한 시간 반 동안 후원을 둘러볼 수 있다. 혹한기에는 관람시간이 한 시간 십 분으로 조정된다.




마치 한여름처럼
땀이 줄줄 흐르도록 더웠던 어느 봄날,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여행이와 함께 창덕궁 후원에 다녀왔다.


정원은 매우 아름다워 그 안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여기에 해설사님의 설명이 더해져 이 아름다운 정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던 점도 참 좋았다.


너무 더워 잠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연신 땀이 흘러내렸지만 이제 막 걷는 것에 자신감이 붙은 여행이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그날 찍은 사진을 보니 이제는 기억 속에서도 희미해져 가는 여행이의 포동포동한 기저귀 엉덩이가 그리워진다. 아이가 기저귀를 차고 있을 때는 때마다 갈아주는 것이 꽤나 번거로워 하루빨리 기저귀를 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라던 바가 이루어진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젠 그때 그 시절이 그립기까지 하다. 사람의 마음이란.






한국의 전통이 살아있는 장소를 둘러볼 때면 떠오르는 책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대학에 생활풍수 강좌를 개설했다는 장영훈 선생님이 쓰신 『궁궐을 제대로 보려면 왕이 되어라』는 책이다.


제목에서 짐작 가능하듯 이 책은 한국의 궁을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살펴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풍수지리라고는 학창 시절에 배운 배산임수 딱 하나만 알던 나 같은 사람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있는 책이다. 우리의 궁을 살펴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꼬예요.




아직까지도 포동포동한 편에 속하는 여행이지만 창덕궁을 방문했던 날의 사진을 들춰 보니 지금은 젖살이 빠져 많이 날씬해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달 전에 찍은 사진만 봐도 그 새 아이가 놀랍도록 훌쩍 자란 것을 느끼는데 하물며 4년 전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는 없지. 그 통통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기고 걷고 뛰며 창덕궁 후원을 주름잡았던 여행이는 결국 그곳에서의 한 시간 반 이후 깊은 낮잠에 빠져들었다.


창덕궁 후원에서의 추억을
다시 꺼내볼 때면
우리 여행이는 또 얼마나
훌쩍 자라 있을까.


여행이가 우리 궁의 아름다움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될 즈음 함께 장영훈 선생님의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창덕궁 후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오고 싶다.


-2016년 6월, 서울-


◇ 여행팁 ◇

● 창덕궁 후원 관람 예약
웹페이지(http://www.cdg.go.kr)에 간편 회원으로 등록한 후 온라인으로 예매 가능하다. 관람 희망일 6일 전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예매할 수 있으며 결제 마감 시한 내에 관람료를 결제해야 예약이 마무리된다.
창덕궁 후원 관람 예매자는 전각 관람 예매를 따로 해야 하며 무료 관람 및 할인 관람 대상자나 통합권 소지자는 사전 예매 후 관람 당일 현장 매표소에서 증빙자료 등을 제시한 후 티켓으로 교환하면 된다. 인당 최대 10인까지 예약할 수 있으나 외국어 관람시간에는 한국인은 예약이 불가하다.
변동사항 및 보다 상세한 예약 안내는 창덕궁관리소 공식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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